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 요소: 환자와 가족구성원의 관점
Conceptual Constructs of Patient Centeredness: Perspective of Patients and Family Members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e objective of this study was to identify the conceptual constructs of patient centeredness from the perspective of patients and family members in Korea, and to compare them with those included in the Picker Institute framework.
Methods
Two focus group discussions were conducted. Each focus group consisted of six participants who had experienced being either a patient or a caregiver. We carried out a thematic analysis, and then compared the contents of our focus group discussions with the components of patient-centered care outlined by the Picker Institute.
Results
Six conceptual constructs of patient centeredness emerged from the focus group discussions. Five of these overlapped with those outlined by the Picker Institute: 1)respect for patients’ values, preferences, and needs, 2) coordination and integration of care, 3) 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education, 4) physical comfort, and 5) emotional support and alleviation for fear and anxiety. A new component that was not mentioned in the Picker Institute framework emerged from this study: “ease of making a complaint.” Currently, “involvement of family and friends” and “continuity and transition” were not prominent components of patient centeredness according to our focus group discussions.
Conclusions
This study presents the conceptual constructs of patient centeredness, five of which overlap with those outlined by the Picker Institute, and provides a qualitative basis of the patient experience survey currently being implemented by the Health Insurance Review & Assessment Service in Korea.
Ⅰ. 서 론
의료의 질에 관한 담론과 정책에서 환자중심성(patient centeredness)을 강조하는 추세이다. 의료의 질을 평가할 때 치료 결과와 같은 기술적 질 외에도 환자의 만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Donabedian [1]이 제기한 이후로, 환자의 필요, 선호, 가치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의료를 재조직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이 전개되었다. 21세기 초에 발간된 두 개의 보고서는 그러한 노력의 대표적인 예이다. 미국 의학원(Institute of Medicine)이 2001년 발간한 Crossing the Quality Chasm 보고서에서는 환자중심성을 안전성, 효과성을 포함한 보건의료의 여섯 가지 목표 중의 하나로 설정하였다[2].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의 ‘World Health Report 2000’은 보건의료체계의 세 가지 목표 중의 하나로 반응도(responsiveness)를 포함함으로써 보건의료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건강수준 향상과 재정적 형평성 못지않게 보건의료체계의 중요한 목표임을 천명하였다[3].
구체적인 개입 수준과 활동 내용에서는 차이가 있을지라도, 이후 여러 나라에서 보건의료의 환자중심성과 보건의료체계의 반응도를 향상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쳐왔다. 가시적인 노력은 우선 환자중심성의 측정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몇 가지 예로, 미국의 Hospital Consumer Assessment of Healthcare Providers and Systems (HCAHPS), 영국의 NHS Inpatient Survey, 네덜란드의 Consumer Quality Index 등이 있다[4]. 한국에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부터 퇴원 환자를 대상으로 입원 중 의료진과의 의사소통 등 환자경험을 측정하는 환자경험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환자중심성의 측정은, WHO가 설정한 보건의료체계의 다른 두 가지 목표인 재정적 형평성이나 건강수준 측정과는 달리, 다음과 같은 특수한 어려움을 갖는다[5]. 즉, 측정의 바탕이 되는 환자중심성의 정의 또는 개념적 구성 요소(conceptual construct)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환자들의 관점에서 중요한 문제를 포착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환자중심성을 측정하기 위한 조사 도구의 개발 과정에서는 다양한 질적 연구가 수행되었다[6-7]. 미국의 피커연구소(Picker Institute)는 방대한 규모의 초점집단토의와 인터뷰를 시행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환자중심의료의 7가지 주요 개념적 구성 요소를 제시하였다[7]. 피커연구소의 연구는 환자중심성의 개념을 선구적으로 정립함으로써 이후 HCAHPS와 NHS Inpatient Survey 문항을 구성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2017년부터 시행 중인 환자경험평가는 2014~5년 수행된 ‘환자중심성 평가모형 개발 연구’[4]에서 제안된 조사 문항에 기초하고 있다. 그 연구에서는 환자경험 평가 조사 문항 개발을 위해, 한 축으로는 기존 국내외 연구에서 제시된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과 측정 설문 도구를 검토하고, 다른 한 축으로는 국내의 환자 및 일반인 초점집단토의(focus group discussion)와 환자들의 불만 사항 등이 축적된 일개 병원의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 자료 분석을 수행하였다. 그 다음 단계로, 개발된 평가 도구 초안에 대해 전문가 델파이 조사를 시행하는 과정을 거쳤다[4]. 이 중 초점집단토의는 일정한 조건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특정 주제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연구 방법론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중 환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영역을 도출해 내는 데 유용하다[8-10]. 따라서 ‘환자중심성 평가모형 개발 연구’[4]에서 수행된 초점집단토의는, 2017년부터 시행 중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경험 평가 문항의 개념적 원천을 제공한다. 환자경험 평가의 개념적 발원지에 해당하는 초점집단토의 결과로부터 환자중심성의 주요 개념적 구성이 도출되는 과정을 밝히는 작업은, 현재 시행 중인 환자경험 평가 조사 문항의 도출 근거를 제시하는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초점집단토의는 기존 국외 연구에서 밝혀진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을 사전적으로 참고하지 않고 수행되었으므로, 그 결과가 한국의 고유한 의료이용 맥락과 환자의 관점에서 중요한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을 포함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기존 국외 연구에서 제시된 개념적 구성과 보편성과 특수성 측면에서 비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위와 같은 맥락에서 이 논문의 목적은 첫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환자경험 평가에서 사용 중인 설문 도구 개발의 기초를 제공한 초점집단토의 결과로부터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 요소를 도출하고, 둘째, 도출된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 요소들이 미국 피커연구소에서 제시한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와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비교하는 것이다.
Ⅱ. 연구방법
1. 초점집단토의 참여자 구성과 진행
초점집단토의 시점으로부터 1년 이내에 본인 또는 가족이 종합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20세 이상의 성인을 대상으로 연구주제에 관심있는 지원자들을 환자 단체에 협조를 요청하여 모집하였다. 연구 참여의 동의를 얻기 전에 녹음, 녹화를 포함한 연구 전반의 사항을 연구대상자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충분히 설명하여 자발적인 동의서를 받은 후 시행하였다. 초점집단토의는 2014년 11월에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각 회차는 6명의 참여자로 구성되었다(Table 1).
연구자들은 환자중심성 관련 주요 선행 연구를 검토한 후 초점집단토의 진행을 위한 계획을 수립하였으며, 초점집단토의 진행 경험이 풍부한 한국갤럽조사연구소 소속 직원 1인과 사전 토의를 수행하여 진행 계획을 구체화하였다. 진행자는 의료기관 선택 시 고려 요인, 입원 시 만족 또는 불만족 요인, 입원 서비스별 경험 등을 질문함으로써 참여자들이 환자중심성의 다양한 요소들을 직간접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하였다. 연구자들은 거울방(mirror room) 뒤에서 토의 진행의 내용을 관찰하였고, 토의 과정 중 질문 사항이 있을 때는 진행자를 통하여 질문을 전달하였다. 각 토의는 약 2시간 정도 진행하였고, 향후 분석을 위하여 토의 진행 과정을 모두 녹음 및 녹화하였다. 이번 연구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서울대학교병원 의학연구윤리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IRB No. C-1411-080-627).
2. 자료 분석
초점집단토의 녹취록을 바탕으로 주제 분석(thematic analysis)을 시행하였다(Figure 1). 우선 참여자들의 말을 통해 드러난 ‘병원 이용 시 환자에게 중요한 요소’를 코딩 단위로 설정하여 한 연구자가 코딩 작업을 시행하였다. 단, 병원 이용 시 환자에게 중요한 요소 중 치료 결과와 같이 의료의 기술적인 측면을 다루는 내용은 연구 목적상 코딩 범위에서 제외하였다. 코드 목록은 텍스트 내용을 바탕으로 귀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한 텍스트에 두 가지 이상의 코드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연구자가 일차 생성한 29개 코드 목록과 123개 텍스트를 다른 한 연구자와 공유하였고, 이 두번째 연구자는 주어진 코드 목록을 바탕으로 텍스트에 코드를 부여하였다. 이 두 연구자들의 코딩 결과를 취합한 결과에서, 전체 123개 코딩 결과 중 완전 일치가 54개, 부분 일치가 42개로 나타났고, 27개가 불일치를 보였다. 두 연구자 사이 코딩 불일치의 대부분은 추상적인 개념을 담은 코드와 대응되는 특정 행위의 범위를 어떻게 설정하는지에 따라 발생하였으며, 그 예로는 ‘친절함’, ‘인간적’, ‘환자 심리 고려’, ‘환자에 대한 관심’ 등이 있었다. 두 연구자들 사이 코딩 결과를 종합한 후, 다른 제3의 연구자를 포함한 전체 세 명의 연구자가 논의를 통해 코딩 불일치를 해소하였다.
다음으로 각각의 코드를 피커연구소가 제시한 환자중심성의 7가지 구성 요소에 대응시키는 작업을 수행하였다[7]. 피커연구소가 제시한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에 기존 코드를 대응시킨 뒤, 실제로 해당 코드가 부여된 텍스트가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를 표현하고 있는지 확인하였다. 즉, 이 과정에서는 텍스트에서 드러난 주제를 연역적으로 분석한 셈이다.
피커연구소의 이론적 틀과 부합하지 않는 코드 11개에 대응되는 텍스트는 따로 분석하였다. 초점집단토의에서 언급된 빈도가 극히 낮거나 초점집단 내의 전반적인 인식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판단한 코드 8개는 최종 주제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고, 나머지 코드 3개를 바탕으로 새로운 주제를 귀납적으로 도출하였다.
Ⅲ. 연구결과
초점집단토의로부터 다음과 같은 7개의 주제를 도출할 수 있었다.
1. 환자의 가치, 선호, 필요 존중(respect for patients’ values, preferences, and needs)
2. 진료 연계와 통합(coordination and integration of care)
3. 정보, 소통, 교육(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education)
4. 신체적 편안함(physical comfort)
5. 정서적 지지와 불안 완화(emotional support and alleviation of fear and anxiety)
6. 불만 제기의 용이성(ease of making a complaint)
7. 기타
이 중 1~5주제는 피커연구소의 해당 구성 요소와 공통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번 연구에서 초점집단토의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로 드러난 6. 불만 제기의 용이성(ease of making a complaint)은 피커연구소 구성 요소에서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Figure 2). 그 외에도 의료 서비스와 직접적인 관련성은 높지 않지만 7-1) 행정적 절차의 편리성(convenience of administrative process), 7-2) 양질의 병원 식사(quality hospital food), 7-3) 의료진 외 직원의 친절함(kindness of non-medical staff)과 같은 주제를 도출하였다. 아래는 이 7가지 주제에 대해 녹취 텍스트를 중심으로 정리한 결과이다.
1. 환자의 가치, 선호, 필요 존중(respect for patients’ values, preferences, and needs)
초점집단토의 참여자들은 의료진이 환자의 선호와 필요를 파악해서 충족해주기를 원하였다. 주지하다시피 의료 현장에서 환자들이 원하는 바를 늘 의료진에게 말로 직접 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한 참여자는 시간의 제약 때문에, 또 다른 참여자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의 이른바 ‘갑을 관계’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환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시적으로 말하지 못하더라도 의료진이 관심을 갖고 알아봐 주기를 원하였다.
쟤가 뭘 원하는지, 뭐가 불편한지, 그런 관심... 환자를 부모가 굉장히 사랑으로 보살피는, 쟤가 뭘 원하는지, 뭐가 불편한지, 그런 관심, 회진 돌고 진찰하고 ‘약 주고 땡’, 이런 게 아니라 ‘얘 상태 같으면 어떤 점이 이런 점, 저런 점 이런 게 불편할거야,’ 저는 알거든요. 의무적으로 시간을 정해서 환자한테 인턴이나 주치의가 가서 상태를 파악하고 이게 아니라 와서 얘가 뭐가 필요한지 관찰해 보고 그걸 다듬어 주고 그렇게 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룹2, 참여자 F)
예를 들자면 경험했던 건데 그 분들이 시간이 없어요. 많은 이야기 못 하거든요. 주치의가 설명하고 금방 끝나 버리고 거기서 뭘 물어보려고 하면 생각도 안나고 그러거든요. 지나고 나면 ‘물어봤어야 되는데,’ 이런 경우가 많은데 어쨌거나 그런 경우에도 와서 표현을 하거나, 한 번이라도 스킨십이 있거나 이런 의사가 있거든요. (그룹1, 참여자 C)
예를 들자면, 내가 토했어요. 그게 머리맡에 있을 수 있잖아요. 내가 거동을 못 하니까. 근데 그걸 들고 가서 다른 데 치울 수 있고 한데, 그 앞에 있는 병실 안의 쓰레기통에 넣어 버리는 무성의한 그런 간호사도 있을 수 있다는 거죠. 말은 안 하지만 내가 을이니까 무슨 피해를 볼까 봐 말은 못 하죠. 근데 그걸 정성스럽게 하는 간호사 선생님이 있어요. (그룹1, 참여자 C)
관련된 사항으로서, 참여자들은 환자의 필요에 대한 의료진의 반응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지기를 원했다. 참여자들은 입원 환자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즉각적인 대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현하였다. 환자의 필요에 즉시 반응할 수 있는 인력이 상시 대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친구를 차에 싣고 ♤♤병원에 갔는데, 친구가 너무 아파하니까 의사 선생님이 오셨으면 좋겠는데 아무도 안 오더라고요. (그룹2, 참여자 D)
급한데, 목에 바늘 꽂아놨는데, 그게 빠졌다 이러면 꽂을 사람이 필요한데 간호사한테 이야기해도 안 와요. (그룹2, 참여자 F)
바쁘면 벨을 눌러도 못 오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게 아니라 항시 대기하면서 오실 수 있는 분. (그룹2, 참여자 B)
무엇보다도 참여자들은 환자에 대한 인간적인 존중이 필요한데 현장에서는 이러한 존중이 부족한 경우도 있다고 말하였다. 이들은 환자를 ‘물건’이나 ‘질병’이 아닌 ‘사람’으로서 대해주기를 원했다.
의사한테 바라는 게 충족이 되었을 때 만족감을 느끼는데, 기본적으로 환자를 사람으로 대해주는 거하고, 환자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대해주는 거... 보통 의사는 환자를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병을 놓고 봐요. 저 사람이, 병을 가진 사람으로 보는 게 아니라 병으로 보는 거죠. (그룹1, 참여자 B)
저도 2008년에 십자 인대 수술해서 한 달 정도 입원한 적 있는데, 거기는 대학병원 아니고 중소형병원인데, 친한 사람 없고 물건처럼 취급한다는 생각이 들 때 여기서 인터넷이나 하다 가야겠다. (그룹2, 참여자 C)
저희는 진료를 받아봤지만 의사들이 시간이 없거든요. 우리 의료 시스템 자체가. 근데 거기에 인간적인 표현을 하거나 그런 경우에 감동도 있고, 그런 부분은 ‘저 사람이 좋은 의사구나,’ 이렇게 전체적인 인상이 주어지더라고요. (그룹1, 참여자 C)
2. 진료 연계와 통합(coordination and integration of care)
참여자들은 환자를 중심으로 의료진 간의 연계가 잘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였다. 우선 의사와 의사 사이의 의뢰 과정이 적절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다가 혼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담당 의사가 해당 환자를 계속 책임지기보다는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의사와 연결시켜주기를 바란 것이다. 어떤 참여자는 의사가 다른 의사의 자문을 구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자기보다 뛰어난 실력의 의사를 소개시켜줄 수 있는 의사가 필요한 것 같아요. (그룹1, 참여자 B)
실력이 좋은 의사는 잘 보는 의사한테 전환시켜주는 의사라고 해요. (그룹1, 참여자 A)
저희 아이 경험을 말씀드리면 그 의사가 이유를 모르는 게 하나 있었어요. 목에 관을 꽂았는데, 분명히 말 소리를 낼 수 있는 종류의 관을 꽂았는데 말 소리가 안 나와요. 이유를 모르더라고요. 이유를 모르는데, 이유를 모르니까, 분당 병원에 있는 의사인데, 이쪽에 선배 의사한테 묻더라고요. 물어서 그 원인을 잡아서 해결을 주더라고요. 의사이면 자존심 있을 것 같은데 자존심 개의치 않고 모르는 건 모른다고 하고 선배한테 그런 이야기 그렇게 일을 처리할 때, ‘저 사람 성공하겠다’... (그룹2, 참여자 F)
진료 연계에 대한 요구는 비단 의사와 의사 사이의 관계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의사 사이의 관계에서도 관찰할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간호사가 평소에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다가 의사가 필요한 경우 이들에게 즉시 연결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편 의사도 환자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간호사와 협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자기 영역을 넘을 때 의사를 빨리 호출해주는 간호사. 끝까지 안 불러주는 간호사가 있거든요. (그룹1, 참여자 A)
저도 환자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의사 선생님한테 잘 전달해 줄 수 있는, 실시간으로 체크 잘 해주고 그런 간호사가 좋은 것 같아요. (그룹2, 참여자 D)
간호사도, 의사만 의료 행위가 아니라 평소에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면 협의해서 하는 것도 더 좋은 거 아닌가... 평상시에 죽 보는 분들은 간호사 분들이니까 한 번이라도 물어보고 하는 게. 사실 병원에 있다 보면 완전 분리된 세계같이 보이거든요. (그룹2, 참여자 C)
의료진의 개인적 차원뿐만 아니라 조직 체계적 차원에서도 진료 서비스의 연계가 보다 환자중심적으로 이루어져야 된다는 요구가 있었다. 예를 들어 입원 시 주치의가 계속 변경되는 구조로 인해 새로운 주치의가 환자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다. 또한 서로 다른 진료과의 외래 예약 일정이 환자중심으로 잡히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다.
불만족스러운 거 말씀을 드리면, 주치의라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 옆에 좀 더 집중해서 관찰하는 주치의가 있는데 그게 한 달마다 바뀌어요. 그래서 그 주치의가 환자에 대해서 상태를 이해했다 싶으면 떠나는 거예요. 다른 데로 옮겨서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겠죠. 새로운 주치의가 와서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요. 기록만 보고 하니까 기록에 나타나지 않은 부분은 몰라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다 설명을 해주고 그러니까 환자를 집중해서 지속적으로 관찰해서 나을 때까지라든지 담당하는, 그런 쪽으로 제도가 바뀌었으면 싶은 생각이 들고요. (그룹2, 참여자 F)
정말 내과에서 의사였는데 그 안에서도 바뀌고 알려주지 않고, 미세하게 이름만 캐치한 거죠. ‘주치의가 바뀌었구나.’ 근데 다음에 회진 올 때는 주치의가 아닌 경우도 있었던 것 같고, 솔직히 개념을 모르겠어요. (그룹2, 참여자 E)
저희는 심장 흉부외과랑 심장 내과, 소아과를 같이 봐야 되거든요. 지방에서 오는 분들은 수도권에 거의 5개가 몰려있기 때문에, 지방에서 거의 서울로 올라오는데, 월요일 흉부외과 보고 화요일 소아과 보면 이틀 동안 부산에서 두 번 올라와야 돼요. 그럼 하루 자고 가겠지만 월요일, 목요일 있으면 두 번 올라오거든요. 그러니까 외래를 같이 맞추면 오전에 흉부외과 보고 소아과 보고 그런 게 될 텐데, 그런 게 환자 중심이 아닌 것 같아요. (그룹1, 참여자 A)
참여자들은 병원의 회진, 진료, 검사, 입원 일정이 조정될 때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병원 사정상 불가피하게 일정이 조정된 경우 이에 대해 일방적인 통보를 받은 경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은 특히 해당 일정이 조정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사전 안내를 받지 못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하였다.
회진 시간이 있거든요. 미리 이야기가 안 돼요. 원래 회진 시간이 대략 오는 시간이 있는데, 그때 안 오는 경우가 많아요. 계속 대기하고 하루 종일 기다리다가 잠깐 나갔다 오면, ‘왔다 갔다.’ 물론 수술이 있거나 환자를 보거나 늦어질 수 있는데 사전에 통보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정해진 시간에 오지 않았을 때는 미리 ‘언제 옵니다’ 예고가 안 된다는 거죠. (그룹1, 참여자 A)
실제 경험한 건데요. 외래 하는데 보통 진료를 한 달 후든 정해놓고 가잖아요. 막상 갔어요. 제가 선택 의사를 지정할 거 아니에요. 무슨 사정에 의해서 진료를 못 보면 기존에 온 사람은 진료를 변경할지 다른 의사를 할지 미리 통보해 줘야 되는데 들어가기 전에 통보해 주는 거예요. 다른 의사가 진료를 봐요. (그룹1, 참여자 D)
지방에서 ☆☆병원 와서 ☆☆병원 몇 시간 운전해서 왔는데, 병원에서 전화해서 어디쯤 오냐고, 거의 다왔다고 하니까 “오늘 검사를 해야 되는 기사 한 분이 어제부터 휴가라서 이번에 수술 못 하니까 돌아가세요”해서 돌아간 적도 있어요. 당연히 그 때 검사가 필요한 환자한테는 다 전화가 되어 있어야 되는데 그 때서야, 서울 운전해서 ☆☆으로 가고 있는데, 전화 오고, 사과 이런 거 없죠. (그룹1, 참여자 A)
처음에 입원실이 여유가 없어서 당일날 연락이 왔어요. ‘오늘 병실이 나는데 오늘 입원을 해야 된다.’ 그런데 그렇게 급박하게 옮길 수 있는 애 상태는 아니란 말이에요. 내일 가도 되냐고 하니까, ‘안 된다. 오늘 와야만 병실을 내줄 수 있다.’ 내일 오면 다른 사람이 들어올 테고 안 들어오면 하루를 비워놔야 되지 않냐. 그건 영리잖아요. ‘그러면 내가 병실료를 줄게’ 그래도 안 된대요. (그룹2, 참여자 F)
3. 정보, 소통, 교육(information, communication, and education)
참여자들은 환자의 상태 및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의사가 환자의 임상적 상태, 질병의 경과 및 예후, 향후 검사 및 치료 과정, 그리고 검사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기를 원했다. 그 외에도 한 참여자는 진료 연계 과정에 대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받기를 원했다. 의사가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환자와 보호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환자들은 크게 아파서 병원 가면 상당히 두려워요. 내가 앞으로 어떤 치료를 받으며, 병원에서는 누구나 그렇듯이 장기적인 치료 방향, 예후 이런 걸 짧게라도 설명 듣길 원하는데 우리가 가장 답답한 게 그 말이에요. ‘경과를 살펴봅시다’, 그 말이잖아요. 당장 생과 사를 가를 수 없는 위험한 상황이라면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지만, 이 치료를 하고 나면 어떻게 되고, 약은 어떻게 되고, 그 치료 안 되면 약을 바꾸고, 다른 약을 바꿀 거고 예고라도 할 텐데, 전혀 아무 말 없이 ‘이거 먹고 3개월 후에 오세요,’ 이런 식으로. (그룹1, 참여자 B)
환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현재 수술 방법에 대해서 판단하면 좋은데 그런 설명이나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룹1, 참여자 A)
그래서 드는 생각이 많은 정보나 의료 지식을 쉽게 알려줄 수 없다고 하면 수술한다면 수술 장면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면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주면 좋겠어요. (그룹2, 참여자 A)
피드백을 빨리 줘야 되는 거거든요. ‘의사가 주치의한테 연락했다, 아직 답이 없다, 어떤 조치를 취할 거다,’ 이런 걸 피드백을 줘야 되는데,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고 마냥 기다리게 하는 건 나쁜 거죠. (그룹1, 참여자 C)
참여자들 사이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잘 듣지 못한다’는 경험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자신들이 궁금한 사항을 의사에게 물어보는 경우, 자세한 설명 대신 ‘설명해주면 네가 알아’, ‘그런 거 알아서 뭐 하려고 하냐’, ‘질문으로 ‘귀찮게 하면’ 진료에 방해가 된다’ 등의 반응이 돌아왔다고 참여자들은 진술하였다.
대부분 의사 선생님이 물어봐도 답을 잘 안 해줘요. 뭐가 그렇게 바쁜지. (그룹1, 참여자 C)
질문에 대한 답이나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설명이 부족한 부분이 너무 많거든요. 검사받은 결과나 이런 걸 물어봐도 제대로 된 답을 못 얻는 게 굉장히 많아요. 그런 거에 대해서 궁금증, 검사를 하고 돈도 받았으면서 왜 결과를 안 알려주지 이런 의문점이 많은 거죠. (그룹1, 참여자 D)
그리고 ‘우리 애는 심장이 어떻겠습니까,’ 이렇게 물어보면 ‘설명하면 알아?’ 이게 현실이에요. 전혀 소통이 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권리도 환자가 찾지 못하고 있거든요. 뭐라고까지 하느냐 하면, “엄마, 그렇게 귀찮게 하면 내가 애를 보고 있는데 내가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럼 아무 얘기도 못 해요. 중환자실에서 이 주치의가 보는데 “엄마, 그렇게 귀찮게 하면 내가 애를 어떻게 보냐’고 하면 찍 소리도 못 해요.(그룹1, 참여자 A)
알려주지 않아요. 물어보면 문제가 있어요. 주치의 의사한테 물어보지 않고 환자나 가족들이 주치의한테, 왔다갔다하는 주치의한테 물어보는데, 주치의가 환자의 모든 데이터를 알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음에 알려줄게요’하는 의사가 있고, 안 좋은 의사를 만나면 ‘그런 거 알아서 뭐 하려고 하냐, 우리가 알려 줄 텐데’, 그렇게 응대하는 게 주로 많아요. (그룹1, 참여자 D)
그러나 참여자들 사이에 ‘정보, 소통, 교육’과 관련해서 부정적인 경험만 공유된 것은 아니었다. 긍정적인 경험의 예로는 의료진이 환자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 환자를 초대해서 자세히 설명해 준 경우, 다양한 치료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 경우, 그림을 활용해서 설명해준 경우, 기존 논문에 발표된 내용을 공유한 경우가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러한 설명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가 판단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으며, 의사에 대한 신뢰가 생겼다고 이야기하였다.
환자들을 팀으로 관리를 하는데 거기 보호자를 불러서 세세하게 설명을 해줘요... 저희 애에 대해서 논하는 자리에요. 저희들 타임 다음에 다른 보호자가 있고, 거기서 CT 촬영한 거 여러 가지 보여주면서 굉장히 의견도 교환하고 그러면서 저희들은 제 애에 대해서 상태를 좀 더 이해를 많이 하게 되는 거죠. 그게 있기 전에는 뭘 알아야 물어보죠. 굉장히 막연했는데 우리 애가 어느 정도 상태일까 막연했는데 그 이야기를 하고 나니까 애에 대해서도 많이 이해를 하게 되고, 애한테 어떻게 대해야겠네 판단을 할 수 있는 거죠.(그룹2, 참여자 F)
그 선생님은 이런 것까지 다 오픈하는 것 같더라고요. ‘수술법 이런 게 대세이고 이런 식으로 할 건데 만약에 다른 것들이 있다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자세가 있다.’ 그런 뉘앙스로 하더라고요. 그런 분은 처음 봤거든요. 굉장히 좋은 선생님 같았어요. (그룹2, 참여자 D)
옛날에 기흉 수술한 적 있는데 선생님이 이런 부분까지 설명해 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디테일한 부분과 어떤 수술법이 있고 일반적으로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시는 이상으로 자세하게 그림까지 그려주면서 어떤 논문에서 이런 게 있었다는 것도 설명해주셨고, 약을 주면서도 어떤 효과가 있고 말씀해주시는 게 아니라 빨간 약은 어떤 효과가 있고, 하얀 약은 어떤 효과가 있고, 노란 약은 어떤 이름이 있고 효과가 뭐라고 굉장히 자세히 설명해주니까, 신뢰가 가는 게 있었어요. (그룹2, 참여자 D)
4. 신체적 편안함(physical comfort)
참여자들은 통증 조절에 대한 조치가 신속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과 같은 신체적 편안함에 대한 문제도 제기하였다. 몇몇 참여자들은 신체적 편안함 문제를, 특히 응급실의 환경과 같은 병원 환경과 관련하여 언급하였다. 전반적으로 참여자들은 편안함을 주는 병원 환경에 대한 선호를 표출하였다. 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깨끗한’ 시설을 포함시켰으며, ‘오래된’ 환경에 대한 거부감을 보이기도 하였다.
종합병원 응급실에 저희 아들이 다친 적 있어서 갔어요. 앞에 자전거가 달려와서 애를 받아서, 그런데 애는 고통스러워하는데 물론 응급실이지만 한 분이 와서 사전 조사하고 갔어요. 그럼 애는 고통스러우니까 어떻게든 조치를 해줘야 되는데 다른 약사가 왔어요. 조사만 하고 갔어요. 좀 있다 인턴이 와서 사전 검사를 하고 갔어요. 그렇게 검사만 세 번, 네 번 하고, 애를 앉혀서 눕혀 둔다거나 이게 아니라 대기 상태로만 그게 두 시간 정도, 그게 불편했고요. 10시간을 응급실에서 어떻게 하지를 못해요. 편안하게 해 줘야 되는데 너무 힘들어서 문턱에 10시간을 누워 있는데... 창문 틈. 10시간 반을 앉아 있다가 응급실로 들어갔어요. 애가 아주 녹초가 돼서 꼼짝을 못한 거예요. (그룹1, 참여자 E)
원무과 문제이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병원들이 부대시설에는 돈을 들여요. ♣♣도 1층 가면 엄청 좋아요. 식당 죽 있고 한데, 응급실은 피난민촌 같거든요. 의자도 불편한 의자 죽 붙어 있고, 세 줄, 네 줄 있어요. 아이가 아예 베드를 차지하고 쓰러져서 할 정도가 아니면 몇 시간 동안 링겔을 의자에 앉고 있어야 돼요. 그런 시설에 대한 환자 눈높이 평가도 있으면 좋겠고, 굉장히 열악해요. (그룹1, 참여자 A)
일단 오래된 병원이 주는 공포감이 싫고요. 복도에 오래된 침대, 죄송하지만 중환자 분들이 쓰는 산소통도 싫고, 오래된 위험해 보이는 것들, 환자들이 심적으로 약해 있는데 그게 시각적으로 보여지게 놔둔다는 거, 안 좋아해요. (그룹2, 참여자 E)
어디 병원이 그쪽 분야 잘 한다, 거기 친절하다, 의료 시설이 깨끗하게 잘 되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듣고. (그룹1, 참여자 F)
아무래도 깨끗한 환경. 기분도 그렇고 어찌 됐건 시설이 오래되거나 더러우면 더 병이 생길 거 같고, 조명도 너무 중요하고 침실 등 나가 있으면 다인실이니까 책 보고 싶은데 등이 하필 나가 있고 그러면 기분도 안 좋고... (그룹2, 참여자 E)
참여자들은 환자가 생활하는 공간뿐만 아니라 보호자가 생활하는 공간도 신체적인 편안함을 제공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이들은 보호자가 편안히 잘 수 없고, 환자를 편하게 돌볼 수 없는 병실 환경에서 생활한 경험을 진술하였다.
-
중환자는 중환자 보호 대기실이 있어요. 이게 잘 안 만들어져 있어요. 집이 가까우면 왔다갔다 하면 되는데 대형병원은 지방에서 오기 때문에 묵어야 되는데 모텔에서 있는 것도 비싸잖아요. 병원에서 있는데 잘 곳이 없어요. 뭔가 아까 편의시설 식당 이렇게 ☆☆병원은 전시관처럼 만들었잖아요. 점점 그런 건 많아지는데 보호자들이 잘 내무반 같은 거라도, 장판만 깔아서라도 있으면 누워서 사우나 같이 수납 공간 놓고 하면... 그런 게 없고, 보호자들이 누워 자는 걸 막으려고 의자들이 중간에 팔 걸이가 있어요. 못 눕게 하려고 있는 거거든요. 못 눕게 하기보다 누워야 되는 사람이 있으면 누울 수 있게 만들어주고 한 명 자리만 준다든가 중환자 베드 하나에 자리에 하나씩 해야 되는데 그런 거에 대한 배려가 없어서. (그룹1, 참여자 A)
6인실로 갔는데 굉장히 서글프더라고요. 공간이 환자를 돌볼 수 있는 공간이 침대가 있고 바로 옆에 보호자가 누울 수 있는 간이 침대 기다란 거, 거기에서 앉아서 침대와 의자 사이에 발을 놓을 수 있는 지나다닐 수 있는 공간. 우리 애는 옆으로 누웠다가 바로 눕혔다가 반대로 눕혔다가, 눌리는 부분 상처가 안 나게, 그게 생명이 왔다 갔다 하는 치사율 높은 욕창, 옮기고 이래야 되는데 침대 위로 올렸다가 옮기고 이래야 되는데, 공간이 있으면 양쪽에서 애 엄마가, 내가 한 쪽씩 잡고 할 수 있는데, 혼자서 들고 해야 되니까 못하겠더라고요. 저도 힘든데 애 엄마는 오죽하겠어요. (그룹2, 참여자 F)
병실 생활하기 위한 위생이나 쾌적성 같은 거, 보호자 같은 경우 열흘이면 열흘, 2주면 2주 아예 거기서 생활을 하도록 하니까, 병원 안에 있는 환자는 모든 걸 병원에서 제공받지만 보호자는 알아서 해야 되니까, 보호자를 위한 편의시설이나 여러 가지가 저는 딱히 어느 것이 먼저라고 할 수 없고요. (그룹1, 참여자 B)
5. 정서적 지지와 불안 완화(emotional support and alleviation of fear and anxiety)
참여자들은 환자의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고려하며 정서적인 지지를 제공하는 의료진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친절하고’, ‘친밀하고’, ‘인간적인’ 의료진에 대한 기대를 표출하였다. 환자들이 말하는, 의료진이 정서적인 지지를 표현하는 방법으로는 ‘따뜻한 말’과 같은 언어적인 방법 외에도, ‘웃는 얼굴’, ‘스킨십’과 같은 비언어적인 방법도 있었다.
환자는 사람이잖아요. 환자는 몸이 반이고 마음이 반이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지금 대부분의 의사 선생님은 몸을 치료하는 데 치중하는 것 같아요. 실질적으로 병이 보이는 게 그거니까. 근데 사람은 마음, 심리적인 게 강하기 때문에 몸을 고치는 데 최선을 다하겠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 인간적인 배려, 관심. 말 한마디에 마음도 같이 치료가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그룹1, 참여자 A)
실력은 빼고, 같은 실력이면 웃는 얼굴이 좋죠. 친절한 사람. 말씀하신 대로 누구는 계속 웃고 다니고, 누구는 인상을 쓰고 다니고. 저희는 소아 환자가 많이 있으니까 아이한테 조그만 사탕이라도 준다거나 복도에서 ‘어땠어,’ ‘뽀로로 좋아하니,’ 머리 한 번 쓰다듬어 주는 게 감사하죠. (그룹1, 참여자 A)
환자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서 단순히 기계적인 대화가 아니라 감성적으로 그 사람 입장에서 말을 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룹2, 참여자 A)
저희는 진료를 받아봤지만 의사들이 시간이 없거든요. 우리 의료 시스템 자체가. 근데 거기에 인간적인 표현을 하거나 그런 경우에 감동도 있고, 그런 부분은 ‘저 사람이 좋은 의사구나,’ 이렇게 전체적인 인상이 주어지더라고요. (그룹1, 참여자 C)
참여자들은 환자가 자신의 질병 및 치료 과정에 대해 불안해하는 상황에서 불안을 완화시켜주는 의료진의 역할을 중요시했다. 이들은 환자가 걱정하는 상황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심리 상태를 확인하고 안심을 시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잘 치료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저 잘 따라오면 잘 치료됩니다.’ 안심 써주는 분. 조급해 하지 않고 편안하게 설명해 주면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게 편안하죠. (그룹1, 참여자 F)
환자의 심리 상태까지 체크할 수 있는... 아픈 사람이면 불안하고 불편하잖아요. 그런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그룹2, 참여자 F)
예를 들자면 내가 통증이 심해서 진통제를 맞아야 하는데, 나는 진통제가 좋지 않을 거라는 믿음을 갖고 있는 거예요. 그런 환자가 많다고 해요. 어떤 간호사가 그래요. ‘그거 중독성 없으니까 안심하고.’ 진통제를 모르핀이나 이런 건 마약성이니까 ‘마약’ 그러면 우리는 나쁘다는 선입견 교육을 받았잖아요. ‘습관성 통증 오면 못 이겨내는 거 아니야’ 생각한단 말이에요. 그런 걸 읽어내는 거. 그런 내 의식의 흐름을... ‘그런 거 걱정하지 말고요.’ 내가 진통제 맞는 회수가 적으니까 그 사람들은 들여다보고 있다는 거잖아요. 아니까 그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그룹1, 참여자 C)
몇몇 참여자들은 환자에 대한 정서적 지지와 불안 완화가 환자의 치료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의사가 안심시켜주는 말을 함으로써 환자가 의사를 신뢰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러한 신뢰 관계 속에서 치료에 대한 환자의 의지가 생긴다고 보았다.
제가 경험한 의사는 두 의사를 비교해 보면 환자가 치료를 거부한단 말이에요. 그럼 A라는 의사는 ‘나를 믿고 열심히 하자, 나를 믿고 치료해 보자’, 그렇게 하면 환자도 그 말에 녹아서 의사를 신뢰하고 치료할 수 있잖아요. 한 의사는 ‘너 치료 안 하면 죽어’, 그렇게 말을 해요. 단답형으로. 제가 경험한 선생님이 그런 스타일로 말씀을 해주셨는데 그거에 대한 신뢰관계, 그게 만족도의 가장 우선 순위, 내가 이 의사를 믿고 치료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생각하는데... (그룹1, 참여자 D)
환자도 신뢰 가고, 신뢰 속에서 환자도 더 믿고 치료할 수 있고 의지도 생기고, 다양한 긍정적인 효과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 부분을 많이 놓치는 걸 현장에서 느끼고 지금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요. (그룹1, 참여자 A)
6. 불만 제기의 용이성(ease of making a complaint)
참여자들은 의사소통과 관련해서 환자와 보호자가 의료진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 ‘피해’, ‘손해’, ‘보복’, ‘불이익’, ‘곤란’이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여 의료진에게 불만을 표출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또한 자신들이 불만을 가졌더라도 의료진은 ‘싸울 상대’, 또는 ‘불만을 얘기할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한 참여자는 본인이 불만을 제기해서 환자가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진술하였다.
그걸 차마 이 사람들한테 못 물어보는 거예요. 당연히 환자 중심이 아니고 의사 중심이니까. 그게 자기한테 피해가 될 거라고 생각하고 그걸 누구한테 이야기해야 되는데 가족한테 이야기 못 하는 거예요. (그룹1, 참여자 C)
근데 그 사람한테 직접 하면 손해 볼 것 같죠. 저도 모르는 사이에 병원에다 이야기하면 보복을 당할 것 같고... 불안함이죠. 나는 무지하니까 모르는 사이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거야. (그룹2, 참여자 F)
불만을 얘기할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다고 생각해서. 그리고 받아줄 것 같지도 않고요. (그룹2, 참여자 C)
(치료 성적이 좋으면) 커버가 되는 게 아니라, 싸울 상대가 아니니까. 하지만 퇴원할 때 속으로는 불만을 많이 갖고 있죠. (그룹1, 참여자 A)
비일비재, 많이 상존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느 병원이건 간에 그런 것 같고요. 만약에 굉장히 강한 환자가 아닌 이상은 문제 제기하면 나한테 불이익이 올 거라는 생각을, 모든 환자들이 내가 목숨을 맡겼다 그런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이의 제기를 할 수 없어요. (그룹1, 참여자 D)
면회를 들어갔는데 애가 꼼짝도 못하고 있는데 토해서 온 몸이 다 젖고 침대가 젖어 있어요. 말을 하려다 피해가 갈까 봐 아무 말도 안 하고 가운을 갈아 입혔어요. 근데 이튿날 가니까 또 그래요. 그래서 주치의한테 일반 병실로 올려달라고 하니까 왜 그러냐고 해서, ‘중환자실에서 며칠 더 봐야 된다, 중환자실이 더 잘 본다’ 그래요. 근데 그렇다 살짝 이야기를 했지요. 근데 뒤의 간호사가 들은 거에요. ‘토했는데도 안 갈아 입히고,’ 그 이야기를 했어요. ‘엄마가 왜 그런 말을 해서 이런 곤란을 받는다’ 이래요. 내가 실수했다. 며칠만 참으라고 해요. (그룹1, 참여자 E)
7. 기타
1) 행정적 절차의 편리성(convenience of administrative process)
참여자들은 수납과 같은 행정적 절차가 한 번에 편리하게 이루어지기를 원했다. 참여자들에 따르면 이러한 절차의 편리성은 ‘각 층마다 수납’을 할 수 있게 하거나 ‘무인 결제 시스템’을 이용한 경우 실현되었다. 이와 더불어 의무 기록 사본을 발급할 때 의사의 확인을 받아야 되는 과정에 대한 불편함도 언급하였다.
♧♧병원 같은 경우 하나하나 할 때마다 하나 하고 수납하고 오고, 하나 하고 수납하고 오고, 이게 너무 불편했어요. (그룹1, 참여자 E)
각 층마다 수납이 있어서. ♧♧병원 같은 경우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지만 그런데 ♣♣를 다니고 있거든요. 그냥 바로 층에서 수납하고 주차도 인식하면 인식할 필요 없고 다 되니까 원스톱같이 너무 편하다는 느낌. 그래서 제가 ‘♣♣가 좋구나’ 이런 느낌을 갖고 다녔거든요. (그룹1, 참여자 F)
아주 이상적인 게 무인 결제 시스템 신용카드 꽂아보니까 빨라요. 착, 이 정도 속도로 결제되더라고요. ‘이런 건 정말 빠르구나.’ 무인 결제하는 거에 신용카드 넣자마자 나와요. (그룹1, 참여자 C)
환자의 모든 진료 기록 뗄 수 있는 의무 기록 사본 발급할 적에 외래 때는 환자 신분증, 보호자 신분증만 가지고 발급 창구에 가서 발급이 됐거든요. 의사 확인이 없이. 근데 입원했을 때는 의사의 확인을 받고 떼야 돼요. 상당히 불편하거든요. 의사가 환자의 진료 기록을 눈으로 확인하고 떼어주기 위해서 안전장치를 두는 것인가 했는데, 그런 거 아니고 말로 ‘떼 줘’ 이렇게 말하고 시스템상으로 전산에서 체크가 되면 입원 환자한테 뗄 수 있어요. 번거로운 게 많았어요. (그룹1, 참여자 B)
2) 양질의 병원식사(quality hospital food)
병원 식사의 질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참여자들이 보기에 환자는 병원에서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해야 하는데 이들에게 제공되는 식사는 매우 부실한 것으로 보였다. 한 참여자는 병원이 보호자를 위한 식사 메뉴를 따로 제공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병원 식사가 가장 문제죠. 너무 부실한 거죠. 진짜 병원에 가면 잘 먹어야 될 환자들이잖아요. 병원에 가면 잘 먹으려고 간 건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부실한 거죠. (그룹1, 보호자 B)
선택하지만 보호자가 있으면 다 챙겨다 줄 수 있지만, 혼자 병원에 있어야 되는 사람들은 정말 그 밥도 못 먹을 정도로 부실한 거죠. (그룹1, 참여자 D)
저는 입원을 안 해봐서 잘 모르겠지만 환자들이 몸이 편찮아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식사를 잘 못하더라고요. 흔히들 병원 밥, 맛없다고 하는데, 영양소를 갖춘 거라고 하는데, 맛있게 하면 좋을 것 같아요. 많이 남기셔서. (그룹2, 참여자 B)
저도 밥. 환자들은 맛없는 밥을 어쩔 수 없이 먹어야 되는지 모르지만 보호자가 일주일 붙어 있다 보면 환자랑 같은 밥 먹기가 괴롭거든요. 환자들 밥 말고 보호자를 위한 밥 서비스로 제공해 주면 좋겠어요. 가격이 있더라도. (그룹2, 참여자 D)
3) 의료진 외 직원의 친절함(kindness of non-medical staff)
참여자들은 의료진 외 병원 직원에 대해서도 친절함을 기대하였다. 원무과 직원도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그 외에도 병원 식사를 제공하는 직원, 주차장 직원, 보호요원에게 친절함에 대한 기대를 표현하기도 하였다.
지금까지 병원 다니면서 원무과에서 하는 거 한 번도 없었던 거 같아요. 피곤한 거 아닌데 웃으면서 계시는 분들이 없을까 싶은데... (그룹2, 참여자 A)
이 분들이 제일 친절해야 돼요. 의사, 간호사는 어찌됐건 ‘그래, 인간적으로 별로인데 나를 낫게 해 줬고’가 있지만, 원무과를 간다든지 그런 업무를 볼 때 그 분들이 불친절하면 ‘저 사람이 나를 고친 것도 아니고 약을 준 것도 아닌데,’ 이런 심리가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다 끝내고 호전이 돼서 나가는 입장에서 마지막 보는 사람이 의사는 아니잖아요. 간호사 분이 예를 들어서 “오○○는 어제 영양과 추가했으니까 원무과를 또 가야 돼요.” 금전적인 계산 부분도 있는 거고, 마무리하는 입장에서 그 분들이 불친절하면. (그룹2, 참여자 E)
웃으면서 주면 그걸 먹으면 잘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밥을 먹으면서 기분 나쁘게 먹어야 되잖아요. 기분이 다르더라고요. (그룹2, 참여자 F)
본인들이 마치 조직폭력배인 것처럼, ‘누구 하나 행패 부리기만 해봐, 잡아서 가만 두지 않겠다’고 생각을 하는 사람 같아요. 뭔가 서비스 정신은 하나도 없고 굉장히 딱딱하고 불친절하고, 그 사람들에 대한 교육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룹1, 참여자 A)
Ⅳ. 고 찰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 요소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된 이 초점집단토의로부터, 1. 환자의 가치, 선호, 필요 존중, 2. 진료 연계와 통합, 3. 정보, 소통, 교육, 4. 신체적 편안함, 5. 정서적 지지와 불안 완화, 6. 불만 제기의 용이성, 7. 기타 사항을 주요 구성 요소로 도출하였다. 이 중에서 1~5 주제는 피커연구소가 제시한 환자중심성의 해당 구성 요소와 겹쳤고, 6. 불만 제기의 용이성은 피커연구소가 제기한 틀에는 포함되지 않았던 한국적 특수성이 반영된 주제였다.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 요소가 문화와 보건의료체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보편성을 강조할 것인가, 아니면 각 사회의 특성이 강하게 반영된 특수성을 강조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보편성보다는 각 사회별 특수성을 우선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한국적 맥락에서 도출된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 요소는 보편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기술중심적 성격과 비인간화 등 현대 의료의 보편적인 문제점으로 인해 환자중심성의 핵심적 구성 요소는 수렴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 평가 조사 문항이 기존 국외 평가 도구의 문항들과 상당한 정도의 공통성을 지니는 근거이기도 하다.
한국적 특수성으로, 6. 불만 제기의 용이성 주제가 특히 두드러졌는데, 이 구성 요소는 피커연구소의 환자중심성 구성 요소에서는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국내 입원 의료 환경에서 이 주제가 특히 부각된 이유는, 환자들의 불만이 만연되어 있지만 동시에 환자와 의료인 사이의 비대칭적 권력 관계로 인해 불만을 원만하게 제기하고 해소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 평가 조사 문항에 ‘불만 제기의 용이성’을 포함하는 것이 제안되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500병상 이상 (상급)종합병원 92개소에서 퇴원한 14,970명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7년 1차 환자경험 평가의 결과에서 ‘불만 제기의 용이성’은 조사 대상 문항 21개의 문항별 점수에서 73.0점으로 21위를 기록하여(20위는 74.6점인 ‘의사와 이야기할 기회’), 이번 초점집단토의 참여자들이 강조한 내용과 일관성을 보였다[11]. 환자나 보호자가 불만을 의료인에게 이야기하는 경우 돌아오게 될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반복적으로 언급하였다는 점은 향후 환자경험 향상 노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선 의료인 수준에서는 환자들이 직접 명시적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불만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음을 인식하는 것, 의료기관 수준에서는 환자의 불만이 좀 더 용이하게 제기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것, 사회 전반적으로는 환자의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규범, 문화,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타’ 범주에 행정적 절차, 병원식사, 의료진 외 직원에 관한 사항이 포함되어 있어 환자의 관점에서는 이러한 비의료적인 요소들도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요소들은 피커연구소의 이론적인 틀에서 주요하게 고려되지 않았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 평가 문항으로도 포함하지 않았다. 그 배경에는 환자경험의 측정에서 의사소통과 같은 의료적 성격의 핵심 요소에 집중하고자 한 지향적 의도가 존재한다. 달리 말해, 그러한 비의료적인 요소들이 환자의 관점, 특히 환자만족에서는 중요할지라도, 현재 건강 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의 질 평가라는 맥락에서 수행하는 환자경험 측정의 기본 목적, 원활한 조사 수행의 가능성과 효율성 등을 종합하여 포함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초점집단토의를 통해 드러난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 요소(Figure 2) 각각에 대해 간략하게 논의를 추가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환자의 가치, 선호, 필요 존중’은 의료진이 환자가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알아보는 것, 환자를 객체가 아닌 인간 주체로 존중하는 것, 환자가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여 의사결정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한다[6-7]. 의료진이 환자를 주체로서의 사람이 아닌 객체로서의 질병으로 바라보는 ‘생의학적인 관점’에 근거하여 환자의 필요를 판단하는 경우, 정작 당사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것들이 제공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12-13]. 또한 환자가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은 개인의 특성, 상황의 맥락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의료진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환자의 필요가 부재하는 것은 아니다[7, 14]. 이번 초점집단토의에서는 환자들의 필요가 현장에서 말로 직접 표현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확인하였으며, 이에 따라 환자의 가치, 선호, 필요를 직간접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노력과 그에 대한 환자의 표현을 권장하는 의료진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환자의 가치, 선호, 필요를 반영한 의사결정에서 최근 더욱 강조되고 있는 개념으로 ‘함께하는 의사결정(shared decision making)’이 있는데, 이는 환자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의사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부정하고 환자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진료 모형으로, 기존의 가부장적(paternalistic) 모형과 대비되는 개념이다[15]. 함께하는 의사결정은 의사가 환자와 수평적인 관계를 맺고 자신의 권력과 책임을 환자와 나눈다는 측면에서 환자중심의료의 필수적인 요소라고 할 수 있다[16]. 그러나 이번 초점집단토의에서는 함께하는 의사결정에 대한 환자나 보호자들의 요구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신체적 편안함’은 이 연구의 결과에서는 크게 ‘통증에 대한 조절’과 ‘물리적인 환경의 안락함’으로 구성되며 주로 환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편안함을 지칭한다[7]. 반면 이번 연구에서는 환자뿐만 아니라 보호자의 신체적 편안함에 대한 요구도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이는 병실에 보호자가 상주하여 입원 환자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한국적 맥락에서 보호자들의 기대와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17].
피커연구소가 제시한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 중 ‘가족/친구의 참여(involvement of family and friends)’와 ‘지속성과 병원 역할의 확장(continuity and transition)’ 두 가지는 이번 초점집단토의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가족/친구의 참여’는 보호자에게 환자 상태 및 회복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환자 퇴원 후 역할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 정서적 지지를 제공하는 것을 포함한다[7]. 환자에게 제공되는 정보는 돌봄 과정에 참여하는 보호자에게도 유용한 정보이다. 또한 환자 치료 과정 중에는 가족에게도 걱정, 불안, 스트레스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의료진이 개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 돌봄 제공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17], 이번 초점집단토의에서는 가족에 대한 지원이 중요한 주제로 드러나지 않았다. ‘지속성과 병원 역할의 확장’은 퇴원 전환을 위한 계획을 세우고, 퇴원 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퇴원 시 환자에게 필요한 정보로는 약물의 용도, 약물의 부작용, 질병과 관련해서 위험한 징후 안내, 일상생활로 돌아오는데 걸리는 시간, 섭취 가능한 음식 종류, 생활 습관 개선 방법 등이 있다[7]. 그러나 이번 초점집단토의에서는 퇴원 계획이나 퇴원 시 필요한 정보에 대한 요구가 중요한 주제로 드러나지 않았다. 한국의 환자나 보호자들이 그러한 요구를 불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기보다는 아직 그러한 영역으로 기대와 요구로 나아가지 못한 상태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런 이유를 이 연구로부터 도출하기는 어렵다. 가족에 대한 지원이나 퇴원 계획 등이 환자중심성의 중요한 주제로 부각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급성기 병원 치료 이후 아급성기 병원 또는 일차의료기관으로의 전원과 회송, 병원과 지역사회의 연계가 강조되고 있는 추세에 비추어, 향후 이러한 기대와 요구는 증가할 것이고 환자중심성에서 중요성을 지닐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환자중심성 측정은 고정된 실재라기보다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환경에서 환자의 기대와 요구를 반영하여 지향성을 담는 ‘움직이는 목표물’(moving target)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제한점을 갖는다. 첫째, 2회의 초점집단토의에 기초하여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를 도출한 점이다. 일반적으로 초점집단토의 연구는 6개 이상의 초점집단을 대상으로 진행하는데[10], 이 연구에서는 예정된 2회만 수행하였다. 그 이유로는, 여러 회의 초점집단토의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의 제약도 있었지만, 이미 다수의 국외 연구와 문헌에서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 요소를 상당한 정도 이론화하고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6-7,16]. 이미 국외에서 광범위하게 수행된 연구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연구는 기존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새로운 현상으로서의 환자중심성을 다루기보다는, 국내 환자와 보호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를 파악, 확인하고, 그 결과를 기존 연구의 내용과 비교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진행하였다. 따라서 연구자들은 미흡하나마 2개의 초점집단이 ‘움직이는 목표물’의 현재에 어느 정도 근접할 수 있다고 보았다. 추가로, 연구자들이 직접 관찰하고 이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두 번째 초점집단토의에서 첫 번째와 현저하게 다른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포화상태에 도달하였다고 보기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환자와 보호자를 대상으로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여 왔으며[18-20], 환자중심성이 ‘움직이는 목표물’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향후 지속적인 연구를 수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제한점으로는 환자와 가족 구성원이 중요하게 고려하는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를 귀납적으로 도출하였다는 점이다. 이 제한점은 환자와 가족 구성원의 관점을 통해 가장 우선적이고 적실한 문제를 포착하고자 하는 연구 목적에 정확하게 부합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불가피하게 국내 의료 현실과 기존 경험의 폭에 제약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을 수반한다. ‘불만 제기의 용이성’이 한국적 특수성으로 드러났다는 점은 그러한 장점과 관련된 반면, 피커연구소의 구성 요소에 포함된‘가족/친구의 참여’, ‘지속성과 병원 역할의 확장’ 등과 같이 이론적, 규범적으로 타당한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가 부각되지 못하였다는 단점에 관련된다. 앞에서 언급한 함께하는 의사결정이 중요하게 드러나지 않은 점과도 연결된 문제라고 보인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 부각되지 않은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라고해서 현재나 미래에 중요하지 않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연구 결과의 귀납적 성격, 시점 특수성을 고려함과 동시에 향후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환자중심성의 개념적 구성에 대한 더 나은 지식을 축적해 가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제한점은, 참여 대상을 급성기 병원의 입원 환자와 그 보호자로 한정하였다는 점이다. 이 연구에서는 외래 진료와 지역사회 일차의료는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는데, 의료전달체계 내에서 병원의 접근성이 환자중심성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드러나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상의 제한점이 있으나, 이 연구의 결과는 환자중심성에 대한 개념적 구성 요소를 도출하여 실제 정책으로 도입된 환자경험 평가 도구의 개념적 토대를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일차적 의의를 지닌다. 또한, 국외 연구의 환자중심성 구성 요소와 상당한 공통성을 보인다는 점을 밝힘과 동시에, 불만 제기의 용이성이 두드러지고 입원실에 함께 있는 가족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 반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가족의 참여나 퇴원 이후 단계가 중요하게 고려되지 않은 점 등 차이점도 드러냈다는 의미가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도출된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가 그 자체로서 고정적이고 완결된 형태의 개념이라고 할 수 없다. 특정 시점에서 관찰한 환자 및 보호자들의 경험과 인식은 새로운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환자중심성의 개념도 새로이 구성될 수 있다. 다만 당사자의 경험과 인식이 환자중심성의 개념을 구성하는 데 필수적이라는 사실만큼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환자중심성의 구성 요소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의료 이용을 둘러싼 당사자의 경험과 인식을 분석하는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Notes
Funding
이 연구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연구비 지원(과제번호 0411-20140038)으로 수행되었으며, 논문의 일부 내용은 연구 최종보고서(발간번호 G000E70-2015-87)에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Conflict of Interest
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