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서론
미국의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이전 ‘Inpatient manager’ 또는 ‘Hospital rounder’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지칭되다가 1996년 Wachter 등에 의해 ‘Hospitalist’ 로 지칭되며 ‘입원환자 치료에 책임을 갖는 입원환자진료(inpatient medicine)의 전문가’로 그 역할이 정의되었다[
1]. 이후 Society of Hospital Medicine 의 설립에 힘입어 지속적으로 그 역할이 증대되었으며, 2016년 기준 미국 전역의 입원전담의의 숫자는 약 50,000여명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증가하였다[
2]. 국내에서는 의료 이용에 대한 국민적 기대 수준 상승 및 의료의 질 향상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면서 입원 환자 진료에 있어 기존 전공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으로의 전환에 대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3]. 또한,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 특별법)’ 제정 및 전공의 수련 기간 단축, 전공의 정원 합리화 정책 등에 따라 의료 현장에서 의사 인력 공백으로 인한 환자 안전 문제 및 의료의 질 저하 문제에 직면하였다. 이런 배경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에 대한 논의가 가속화 되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방안에 관한 2015년 국회 토론회 이후, 대한외과학회 및 대한내과학회를 중심으로 2015년 10월부터 4개 병원의 내외과가 참여하는 민간시범사업을 시행하였다. 민간시범사업 운영평가에서 나타난 긍정적인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9월부터 보건복지부 주관 하에 입원전담전문의 시범 사업을 시작하였다[
4]. 이후 2017년 2월 시범사업 기관 추가선정을 거쳐 2018년 5월 6개 의료기관에서 15명, 2021년 2월 18개 기관, 82명의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많은 연구들을 통하여 입원환자의 재원 일수 단축, 입원 비용 감소, 재원 중 사망률 감소 등과 연관이 있음이 알려져 있다[
5,
6]. 국내에서 시행한 민간시범 사업의 결과 역시 의사 접근성(8.06배), 진료의 신속성(2.80배) 등에 대한 환자 만족도 증가 및 의사 호출 대응 시간의 감소 등 대부분의 항목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나타내었다[
4]. 이를 토대로 2021년 1월 입원전담전문의제도가 시범사업에서 본사업으로 전환되었다. 그러나 병원 별 진료 환경 및 운영 방식이 모두 다르고 국내의 의료 환경에 맞는 표준화된 모델이 없어 새롭게 이 제도를 도입하고자 하여도 참고문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외국의 선례는 대부분 내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외과 입원환자에 대하여 외과 전문의가 진료하는 입원전담전문의 시스템을 처음 시작하기 어렵다. 본 기관에서는 2017년 5월 외과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약 4년간의 운영기간동안 수 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하면서 현재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또한, 더 많은 외과 환자들에게 안전한 환경에서 양질의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운영 확장을 준비하고 있는 단계이다. 이에 본 기관에서 경험한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도입 과정과, 이 과정에서 고려되었던 여러 논의 사항을 보고함으로 본 제도가 더 활성화되고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기여하고자 한다.
Ⅱ. 본론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가장 큰 변화는 외과 전문의가 병동에 상주하면서 입원 환자를 진료한다는 점이며, 따라서 입원 환자의 진료 방식이 기존 집도의-전공의 중심의 수직적 진료 체계에서 집도의-입원전담전문의의 수평적 진료 체계로 바뀌는 것이다. 이와 같은 변화된 진료체계를 운영하기 위하여 진료뿐만 아니라, 간호, 원무, 전산 등의 행정 시스템의 변화가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입원전담전문의 사업의 성공적 안착을 위하여 본 사업의 근본적 목적이 환자안전강화 및 입원 환자 진료 질 향상을 위한 것임을 모든 구성원들이 공유하기 위하여 특별히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는 입원전담전문의를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전공의 대체 인력으로 오해 하는 경우가 되지 않도록 주의하였다.
1. 외과 내 준비과정
1) 외과 내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위원회 신설
새로운 제도 도입을 통해 입원 환자 진료 체계 변화에 따른 각 구성원들 사이의 긴밀한 논의 및 협조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어, 외과 내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운영위원회’를 설치하였다. 위원회의 구성원은 외과부장(주임교수)을 위원장으로 하고, 위장관외과/대장항문외과 분과장, 전공의 수련책임 교수, 총무 교수, 입원전담전문의이다. 운영위원회의 역할은 입원전담전문의 제도 운영실태 점검 및 정기적인 피드백이며, 이를 통하여 개선 방안을 논의하여 새로운 제도가 기존 시스템과 맞물려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또한, 시범사업 단계 이후, 하나의 제도로 정착하여 확대될 수 있는 운영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 논의를 하고 있다.
2) 진료 대상 환자군 설정
본원의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은 1개 층, 69병상을 지정병상으로 하여, 우선 위장관외과 및 대장항문외과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하였다. 물리적으로 두 개 분과의 모든 환자를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환자군을 결정하기 위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제도의 근본 취지인 진료 질 향상에 부합하기 위해 위장관/대장항문외과의 큰 수술(major operation)을 시행 받은 환자를 진료 대상으로 결정하였다.
논의 과정에서 언급된 사항 중, 작은 수술(minor operation)을 시행 받은 환자 또는 보존적 치료를 시행하는 환자에 입원전담전문의의 진료가 분산 되면 중증 환자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기가 어려운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또한, 입원 중 합병증 발생 등으로 인하여 중등도가 상승한 이후에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를 시행할 경우, 집도의-환자 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다.
제도 시행 초기, 입원전담전문의 진료 대상 환자를 위와 같이 제한하였으나, 약 6개월 정도 운영 후 제도가 안정화 된 이후에는 수술 후 중증도가 상승한 환자, 보존적 치료를 받는 환자 등 점진적으로 대상 환자군을 확대하고 있다.
3) 입원전담전문의 진료 시작 시점
입원전담전문의 진료 대상 환자의 지정병동 입원 후 진료 기간에 대하여, 입원기간 전체(입원-퇴원), 수술 후 기간(수술후-퇴원), 수술 후 72시간 이내 진료 등 다양한 모델이 제시되었다. 동시에, 수술 전 준비과정(수술동의서 취득, 타과 협진, 중환자실 준비 등) 업무를 누가 담당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병행하였다.
진료의 안정성 및 통일성을 고려하여, 입원전담전문의 진료는 환자가 지정병동으로 입원(혹은 입실) 시점부터 퇴원할 때까지 전체 입원기간에 대하여 진료를 시행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수술과 직접 관련된 준비과정은 전공의가 담당하고, 수술동의서는 입원전담전문의가 취득하는 것으로 업무를 구분하였다.
4) 집도의-입원전담전문의 관계
수술 후 환자를 입원전담전문의 소속으로 변경하여 모든 치료방향을 결정하는 ‘전담형 모델’과 집도의의 소속을 유지하며 입원전담전문의가 진료에 참여하는 ‘협력형 모델’을 함께 검토하였다.
협력형 모델의 경우, 분과별 표준화 진료지침이 있지만 집도의에 따라 환자진료 과정이 조금씩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입원전담전문의가 각 집도의에 맞게 환자를 관리하여야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 집도의를 선택하여 내원하는 국내의 현실을 고려할 때, 전담형 모델은 수술 후 담당의 변경에 따른 환자 불만 및 혼란의 증가가 예상되었다. 또한, 수술 후 합병증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문제가 아직 법적으로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점도 고려하였다. 이에 본 기관에서는 협력형 모델을 채택하였으며, 집도의에 따른 환자 관리의 다양성은 과 내에서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표준화 진료지침을 보완할 것을 계획하여 현재 진행 중이다.
협력형 모델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집도의-입원전담전문의 사이의 의사소통이다. 집도의와 직접 상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회진 외 유선, 문자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5 전공의-입원전담전문의 관계
전공의와 별도로 운영되는 ‘독립형 모델’과 전공의와 함께 일하는 ‘병행형 모델’을 모두 논의하였다. 우리는 제도의 근본 취지인 진료효율성 증대를 고려하여 독립형 모델을 결정하였다. 병행형 모델의 경우, 이전의 체계와 유사하기 때문에 기존 시스템에 적용하는 것이 좀 더 용이하다. 하지만, 전공의 입장에서 집도의-전공의, 입원전담전문의-전공의의 이중적 관계로 인한 혼선과 진료 효율성의 감소가 우려되었다.
또한, ‘독립형 모델’이 정착될 경우, 집도의-입원전담전문의의 협력적 진료의 과정에 전공의가 수련의로서 진료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이는 추후 전공의 수련과정 개선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6) 근무 스케줄
시범사업의 운영구조와 다르게, 본사업이 시작되면서 운영가능한 구조는 주중주간형(1형), 주말주간형(2형) 및 24시간전담형(3형)으로 나뉘게 된다. 주중주간형의 경우, 주5일 근무형태를 가지며, 1인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여 본 제도를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서 쉽게 시행할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주 5일 진료이기 때문에 진료의 연속성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다. 주말주간형은 365일 주간중심의 입원환자진료가 이루어지며, 입원전담전문의간의 순환근무를 통해 진료의 연속성, 즉 전문의들의 진료가 365일 이어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는 미국의 12시간 근무형태(AM 7:00-PM 7:00)와 유사하며, 입원전담전문의 1인이 1일 12시간씩 주7일 근무하고, 다음 근무자가 동일한 일정으로 근무하게 된다. 24시간 전담형은 365일 24시간 전문의 진료가 지속되며 가장 이상적인 형태이지만, 최소 6명의 전문의가 확보되어야 1개 병동을 운영할 수 있다는 제한점이 있다. 입원전담전문의 본사업 전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5명 만으로도 24시간 전담형을 운영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휴가, 공가, 병가 등을 제외하였을 때 가능한 형태이며, 아직 국내에서 24시간 전담형을 운영하고 있는 외과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입원전담전문의 근무 형태는 주당 근무시간의 제한 범위 내에서 기관 별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7) 직역별 업무 분장 재정의
기존 진료 체계에 입원전담전문의라는 새로운 직군이 추가되기 때문에, 의료진 (집도의, 전공의, 수련의, 병동간호사, 전담간호사 등) 에 따른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처방, 의무기록 작성, 동의서 취득, 진단서 발급, 술기 및 처치 등 각 항목을 세분화하여 업무 분장 정의 후 각 구성원에게 고지하여 진료 중 발생가능한 혼선을 최소화하였다. 응급상황, 당직시간의 연락체계 등에 대해서도 문서화하여 진료 매뉴얼을 제작하였다.
2. 행정 프로세스 준비과정
1) Critical pathway 도입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이 도입됨에 따라, 진료부서 뿐만 아니라 원무, 외래, 보험심사, 의무기록 등 여러 접점 부서 역시 제도를 이해하고 협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본원에서는 적정진료관리실 주관 하에 각 부서별(외과부, 병동/외래 간호부, 입원원무팀, 의료정보팀, 의무기록팀, 보험심사팀, 기획경영팀, 홍보팀 등)로 관련된 내용을 공유하고 인지할 수 있도록 critical pathway (CP)를 제작하여 배포하였다(
부록1). 이는 환자의 외래 내원 단계에서부터 퇴원 시점까지 각 부서에서 담당하는 역할을 명시하여 부서 간 업무분장을 명확히 하여 원활한 진료가 이루어 질 수 있는 바탕이 되었다.
2) 전산 시스템 개선
원내에서 사용하는 처방전송시스템 및 전자의무기록 시스템의 개선 역시 본 제도의 도입을 위한 필수적인 과제이다. 시범사업에 동의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전산 시스템 내에서 입원전담전문의 진료를 활성화 하고, 대상 환자들에 대한 조회 및 처방 권한이 입원전담전문의에게 부여되는 과정을 도입하여 전산 편의성 및 환자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안전성을 확보하였다. 입원전담전문의 진료가 시행되는 환자는 모든 접점부서에서 전산 상으로 이를 인지할 수 있도록 표시하고, 환자가 진료 동의를 철회하거나 진료 부서 변경, 병동 이동 시에는 진료를 비활성화 할 수 있도록 기능도 추가하였다. 또한, 입원전담전문의 진료의 시작일시부터 종료일시까지 자동으로 보험수가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전산 시스템을 보완하였다.
3) 원내 표지 변경
환자의 침상 표지 및 팔찌, 바코드 등 진료와 관련한 표지 및 출력물에 기존의 집도의만 표기하던 것에서 ‘집도의/입원전담전문의’로 표지를 변경하였다. 또한, 시범사업 지정병동에 입원전담전문의 진료 병동 임을 명시하여 환자 및 보호자가 쉽게 새로운 제도를 인지할 수 있도록 변경하였다.
4) 전용 공간 확보
시범사업 지정병동 내 ‘외과입원전담전문의 교수실’을 마련하여 해당 근무자들이 병동 내에 지속적으로 상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였으며, 환자, 보호자와 상시 면담이 가능한 상담실을 확보하고 환자 상담 기록 시스템을 설치하여 면담의 편의성을 높이도록 하였다.
5) 예비운영(Pilot test)
앞에서 기술한 과정을 통해, 진료 및 행정프로세스를 개선하였고, 이에 대한 점검을 위하여 시범사업 시행 초기 약 4주간 총 3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내원시점부터 퇴원시점까지 입원 결정(외래), 병실 배정(원무), 전산 시스템 점검, 동의서 취득 등 전 과정에 걸친 예비운영을 시행하였다. 이를 통하여 의료진 사이, 접점 부서 사이의 보완사항을 확인하여 개선하였고, 2017년 6월 공식적으로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시범사업을 개시하였다.
6) 현재
2017년 5월 위장관외과, 대장항문외과에서 입원전담전문의 3인으로 시작하여 위의 과정을 통해 초기 시스템을 구축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입원전담전문의 진료 시스템 개선 및 진료 범위를 확대하였고, 현재 입원전담전문의 7인이 근무하면서 간담췌외과, 이식외과까지 진료 범위를 확장하여 외과 전체 입원환자의 약 27%를 담당하고 있다. 지난 4년간 5,000명 이상의 외과 환자를 진료하였고, 입원환자 진료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 증진 활동, 의료질 향상 활동, 의료시스템 개선 활동, 전공의 교육 및 관련 연구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Ⅲ. 결론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는 기존 진료체계에 변화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도입 초기에 합리적이고 수준 높은, 그리고 지속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해외의 운영 사례들은 국내의 의료 환 경과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대부분 내과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사례이기 때문에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의 운영 모델로서 참고할 만한 사례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 기관에서 시행하고 있는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시범 사업 모델은 단일 기관의 모델로서,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하게 적용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외과계 입원전담전문의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한 본원의 사례를 통해,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고자 하는 여러 기관에서 제도 출발의 초석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