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 자료를 활용한 의료정보기술 및 전자의무기록시스템 관련 환자안전사건 분석
Analyzing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and Electronic Medical Record System-Related Patient Safety Incidents Using Data from the Korea Patient Safety Reporting and Learning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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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rpose
At present, there are a variety of serious patient safety incidents related to problems in 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HIT), specifically involving electronic medical records (EMRs). This emphasizes the need for an enhanced electronic medical record system (EMRS). As such, this study analyzed both the nature of and potential to prevent incidents associated with HIT/EMRS based on data from the Korea Patient Safety Reporting and Learning System (KOPS).
Methods
This study analyzed patient safety incidents submitted to KOPS between August 2016 and December 2019. HIT keywords were used to extract HIT/EMRS incidents. Each case was reviewed to confirm whether the contributing factors were related to HIT/EMRS (HIT/EMRS-related incidents) and if the incident could have been prevented (HIT/EMRS-preventable incidents). The selected reports were summarized for general clarity (e.g., incident type, and degree of harm).
Results
Of the 25,515 obtained reports, 2,664 incidents (10.4%) were HIT-related, while 2,525 (9.9%) were EMRS-related. HIT/EMRS-related incidents were the third largest type of incident followed by 'fall' and 'medication incidents.' More than 80% of HIT/EMRS-related incidents were medication-related, accounting for approximately one-third of the total number of medication incidents. Approximately 10% of HIT/EMRS-related incidents resulted in patient harm, with more than 94% of these deemed as preventable; further, sentinel events were wholly preventable.
Conclusion
This study provides basic data for improving EMR use/safety standards based on real-world patient safety incidents. Such improvements entail the establishment of long-term plans, research, and incident analysis, thus ensuring a safe healthcare environment for patients and healthcare providers.
Ⅰ. 서론
우리나라는 2016년 7월 환자안전법 시행으로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Korea Patient Safety Reporting and Learning System, KOPS)’을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개별 의료기관 차원에서 국한되었던 환자안전사건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공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1], 2019년에는 신경근 차단제를 근이완제로 오인하여 잘못 처방한 사례가 KOPS를 통해 보고되었다. 이 사건은 신경근 차단제를 고위험약물로 분류하고 처방전달시스템(Order Communication System, OCS)을 통해 약물정보를 제공하였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사건이었다. 중앙환자안전센터는 해당 사건에 대한 주의경보를 발령하였으며[2], 전자의무기록(Electronic Medical Record, EMR)과 관련된 심각한 환자 안전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전환이 진행되고 있는데 보건의료분야 또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컴퓨터 과학을 보건의료분야의 문제 해결 및 서비스 향상을 위해 활용하는 분야를 의료정보기술(Health Information Technology, HIT)이라 일컬으며, EMR, 임상의사결정지원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 CDSS), OCS, PACS 등이 이에 포함된다. 국내에서는 전자의무기록시스템 인증제, 진료정보교류 사업, 데이터 중심병원, 스마트병원 선도모델 사업 등 대규모 HIT 관련 사업이 추진 중으로[3], 이들은 환자안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의료기관에서는 보건의료서비스 제공 과정 전반에서 HIT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최근 조사결과에 따르면 EMR은 상급종합병원의 100%, 종합병원의 96%, 병원의 90.5%, OCS는 상급종합병원의 100%, 종합병원의 96.4%, 병원의 85.1%에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4]. 이를 2013년 유럽의 병원급 의료기관 EMR 도입률인 84%와 비교하면 국내 의료기관의 HIT에 대한 의존도는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다[5].
HIT의 적절한 활용은 의료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환자안전을 향상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6,7]. 하지만 HIT가 예상치 못한 오류 발생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는데[8-10], 이를 HIT 관련 오류(HIT-related error, HIT error)[11,12], E-의원병(E-iatrogenesis)[13], 위해결과(Unintended Adverse Consequences, UACs)[14] 등 다양한 용어로 정의하고 있다.
HIT 관련 오류가 환자안전에 미치는 영향은 기술, 사람, 프로세스, 조직 및 외부환경을 포함하는 사회기술적인 맥락에서 검토되어야 한다[11,15-17]. HIT 관련 오류에 대한 경험적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국가 또는 지역에서 보고된 환자안전사건 정보는 오류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12], 해외의 선행연구들을 살펴보면 국가 차원의 보고학습시스템 정보를 활용하여 HIT 관련 사건의 현황과 예방 가능성에 대해 분석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Martin 등[18]은 영국과 웨일즈에서 2003년부터 10년간 국가 보고학습시스템(National Reporting and Learning System, NRLS)에 보고된 환자안전사건 정보를 후향적으로 분석하여 HIT의 실패(HIT-failure)가 환자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하였다. 그 결과 전체 보고 건수의 약 0.019%(2,627건)가 HIT와 관련이 있고 이 중 75%가 예방 가능한 사건임을 확인하였다. Cheung 등[19]은 2010년부터 2011년까지 네덜란드의 중앙 의약품 사건 보고시스템(Central Medication Incidents Registration, CMR)에 보고된 데이터를 후향적으로 분석하였으며, 그 결과 16.1%가 HIT와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EMR 등 HIT와 관련된 실제 환자안전사건에 대한 조사연구는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이 연구는 국가 환자안전보고학습시스템 자료를 활용하여 HIT 및 전자의무기록시스템(Electronic Medical Record System, EMRS)과 관련된 환자안전사건 현황 및 예방 가능성을 파악하여 안전한 HIT 도입을 위한 근거자료를 제시하고자 하였다.
Ⅱ. 연구방법
1. 연구설계
HIT 및 EMRS와 관련된 사건 현황 파악을 위해 KOPS에 보고된 익명화 된 환자안전사건 정보를 후향적으로 분석하였다. 선행연구에서 ‘HIT’ 관련 주제어를 활용하여 분석하였는데[20-22], 이 연구도 주제어 분석을 통해 HIT와 EMRS 관련 사건을 추출하였다.
2. 용어의 정의
이 연구는 HIT 및 EMRS와 관련된 환자안전사건 현황을 알아보기 위함으로, KOPS에 보고된 사건과 HIT 및 EMRS와의 관련성을 검토하였다. 여기서 ‘관련성’이란 사건의 기여요인 혹은 관련된 요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과성 내지 근본원인을 추정한 것은 아니다.
HIT가 사건 발생의 원인과 결과에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경우 ‘HIT 관련(HIT-related) 사건’으로 정의하였다. 예를 들어 환자확인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환자에게 다른 의약품이 투여된 경우가 해당되는데, 관련성 평가에 있어 기준 및 가이드라인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작용하였다. 만일 무선 식별 시스템(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RFID) 및 스마트 밴드 등 HIT의 도입과 개선을 통해 예방 가능한 사건일 경우 ‘HIT로 예방 가능한(HIT-preventable) 사건’으로 정의하였다. ‘HIT 사건’은 ‘HIT 관련 사건’과 ‘HIT로 예방 가능한 사건’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았다.
EMRS는 EMR을 비롯해, OCS와 CDSS 등 임상진료를 위한 핵심정보시스템을 통칭하는 개념으로 사용하였다. HIT 관련 사건과 마찬가지로 EMRS가 사건 발생의 원인과 결과에 직ㆍ간접적으로 관련된 경우 ‘EMRS 관련(EMRS-related) 사건’으로 정의하였으며, 유사이름 약물에 대한 잘못된 처방 사건이 해당된다. 유사이름 약물에 대한 목록을 관리하고 시각적으로 구분이 용이하게 정보를 표기하는 등 EMRS의 도입과 개선을 통해 예방 가능한 경우 ‘EMRS로 예방 가능한(EMRS-preventable) 사건’으로 정의하였다. ‘EMRS 사건’은 ‘EMRS 관련 사건’과 ‘EMRS로 예방 가능한 사건’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Figure 1).
3. 자료 분석 및 방법
1) 자료원
HIT 관련 환자안전사건 현황을 분석하기 위하여, 2016년 8월 6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KOPS에 자율 보고된 ‘보건의료인용 환자안전사고 보고서’를 중앙환자안전센터로부터 제공받았다. 보고서는 사건 및 환자 정보를 체크할 수 있는 필드와 구체적인 사건 내용 및 원인, 사건 예방 및 재발방지를 위한 개선 방안을 자유롭게 기술할 수 있는 필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사건보고 접수가 완료되면 검증 후 익명화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추가적인 정보의 수집은 불가능하다.
2) 주제어 선정 및 검증
HIT 사건 보고서를 효과적으로 검토하고 분석하기 위해 HIT관련 핵심 주제어를 선정하고, 이의 포함 여부를 기준으로 보고서를 선별하고자 하였다.
(1) 1차 주제어 선정 및 보완: 선행연구[23] 결과를 바탕으로 KOPS 보고서에서 ‘전산장애’에 해당되는 사건과 투약오류 사건을 분석한 후 추출한 1차 주제어를 선정하고, 환자안전 및 의료정보 전문가가 포함된 연구진 논의를 거쳐 수정 보완하였다.
(2) 주제어 검증 및 선택: 전체 KOPS 보고서 중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한 ‘투약사건’과 ‘중대사건’에 해당되는 847건의 보고서를 연구자 2인이 독립적으로 검토하였다. HIT 관련 사건과 HIT로 예방 가능한 사건 여부를 결정한 후, 주제어 포함 여부에 따라 민감도와 특이도를 산출하였다. 이 중 사건 선별 목적에 부합하도록 민감도가 높은 방향으로 검색 규칙을 수정하고 최종 선택하였다.
3) HIT 사건 보고서 선정
전체 환자안전사건 보고서 중 HIT 주제어를 포함하고 있는 사건을 선정하였으며 이를 연구자 4인이 ‘HIT 관련 사건’ 및 ‘HIT로 예방 가능한 사건’, 그리고 ‘EMRS 관련 사건’ 및 ‘EMRS로 예방 가능한 사건’으로 분류하였다(제1-4저자). 연구자 간 사건 분류 기준의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분류 기준 및 결과를 주기적으로 공유하였으며, 분류기준 및 결과가 일치하지 않거나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 있을 때에는 1차 분류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연구자(제5저자)와 논의를 거쳐 확정하였다.
4) 현황분석
‘HIT 사건’ 및 ‘EMRS 사건’의 보건의료기관 종별 구분, 사건 종류 및 사건 유형, 위해정도 등 일반적인 현황과 HIT 및 EMRS 사건의 예방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였다. 이 중 ‘위해정도’는 보고자가 환자안전사건 보고 시 환자에게 발생한 위해정도를 분류하는 기준으로 사망, 영구적ㆍ장기적ㆍ일시적인 손상이나 부작용, 치료후 후유증 없이 회복, 위해 없음 등 6가지로 구분한다. 2021년 3월부터는 ‘환자 안전사고 보고서’ 양식이 개정되어 ‘근접오류’, ‘위해없음’, ‘경증’, ‘중등증’, ‘중증’, ‘사망’의 6가지 기준으로 보고받고 있다. ‘사건 유형’의 경우 환자안전사건을 ‘적신호 사건’, ‘위해사건’, ‘근접오류’로 구분하는데, ‘근접오류’는 환자에게 도달하지 않은 사건, ‘위해사건’은 환자에게 도달하여 치료 후 회복, 일시적 손상, 장기적 손상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 및 환자에게 도달하였으나 위해가 발생하지 않은 사건, ‘적신호사건’은 환자에게 도달하여 영구적 손상 또는 사망의 결과를 초래한 경우를 의미한다. 통계분석은 Microsoft Excel 프로그램을 이용하였다.
Ⅲ. 연구결과
1. 주제어를 활용한 HIT 및 EMRS 사건 보고서 선별 결과
주제어에 대한 847건의 사건 검토 결과, HIT 관련 사건 선별에 대한 민감도는 95.3%, 특이도는 60.9%이었다. HIT로 예방 가능한 사건의 경우, 선별 민감도는 38.3%, 특이도는 64.3%으로 민감도가 낮고, 보고서 내용의 맥락에 따라 예방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아 HIT 주제어를 HIT로 예방 가능한 사건의 선별에 활용하기 어려웠다. 주제어 분류에 따른 다양한 조건으로 검색을 시행한 결과, 행동 관련 주제어 2개 이상 포함된 사건 중 ‘시스템’ 관련 주제어나 ‘오류’ 관련 주제어를 1개 이상 포함하는 조건으로 검색하였을 때에, 민감도 97.7%, 특이도 66.2%로 가장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Table 1, 부록 2). 최종 선택된 HIT 주제어 검색 규칙에 따라 전체 보건의료인용 보고서 25,515건 중 6,344건의 보고서를 추출하였다(Figure 2).
2. HIT 및 EMRS 사건 보고서 선정 결과
선별된 6,344건의 보고서 중 4,169건(16.3%)이 HIT 사건으로 확인되었다. 이 중 ‘HIT 관련 사건’은 2,664건, ‘EMRS 관련 사건’은 2,525건으로, 전체 환자안전사건 보고 건수의 10.4%와 9.9%를 차지하였다(Table 2).
보건의료기관 종별에 따른 보고 건수는 ‘HIT 관련 사건’의 경우 약국에서 1,318건(49.5%), 종합병원에서 715건(26.8%), 상급종합병원에서 581건(21.8%), 병원에서 49건(1.8%), 의원에서 1건(0.0%)이 보고되었다. ‘EMRS 관련 사건’의 경우 약국에서 1,318건(52.2%), 종합병원에서 611건(24.2%), 상급종합병원에서 553건(21.9%), 병원에서 42건(1.7%), 의원에서 1건(0.0%)이 보고되었다. ‘약국’의 경우 총 3,259건의 환자안전사건이 보고되었는데, 이 중 40.4%가 ‘HIT 관련 사건’ 및 ‘EMRS 관련 사건’이었다.
3. HIT 및 EMRS 사건 특성
전체 ‘HIT 관련 사건’ 2,664건 중 2,192건(82.3%)이 ‘투약사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이는 전체 투약사건 보고 건수의 약 28%를 차지하였다(Table 3). 전체 ‘EMRS 관련 사건’ 2,525건 중 2,163건(85.7%)도 ‘투약사건’으로 나타났다.
사건 유형 별로 살펴보면 ‘HIT 관련 사건’의 경우 ‘근접오류’가 2,012건(75.5%), ‘위해사건’이 638건(23.9%), ‘적신호 사건’이 14건(0.5%) 이었으며, ‘EMRS 관련 사건’의 경우 ‘근접오류’가 1,983건(78.5%), ‘위해사건’이 528건(20.9%), ‘적신호 사건’이 14건(0.6%) 이었다.
환자에게 위해가 발생한 사건은 ‘HIT 관련 사건’의 경우 277건(10.4%), ‘EMRS 관련 사건’의 경우 242건(9.6%)이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HIT 관련 사건’의 경우 ‘위해 없음’이 2,387건(89.6%), ‘치료 후 후유증 없이 회복’이 183건(6.9%), ‘일시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이 65건(2.4%), ‘장기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이 15건(0.6%), ‘영구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이 1건(0.0%), ‘사망’이 13건(0.5%)으로 나타났다. ‘EMRS 관련 사건’의 경우 2,525건 중 ‘위해 없음’이 2,283건(90.4%), ‘치료 후 후유증 없이 회복’이 160건(6.3%), ‘일시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이 57건(2.3%), ‘장기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이 11건(0.4%), ‘영구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이 1건(0.0%), ‘사망’이 13건(0.5%)으로 나타났다.
4. HIT 관련 및 예방 가능한 사건 보고현황
‘HIT 관련 사건’ 2,664건 중 94.0%(2,503건)가 ‘HIT로 예방 가능한 사건’으로 확인되었다(Table 4).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HIT 관련 사건’으로 분류된 ‘수술’, ‘처치/시술’, ‘마취’, ‘수혈’, ‘감염관련’, ‘의료장비ㆍ기구’, ‘낙상’, ‘진료재료(소모품)’, ‘환자의 자살ㆍ자해’ 사건의 경우 HIT를 통해 모두 예방 가능하였다. 병원 규모별로는 ‘의원(100.0%)’, ‘상급종합병원(96.6%)’, ‘약국(96.0%)’, ‘종합병원(88.5%)’, ‘병원(87.8%)’ 순서로 HIT 관련 사건 중 예방 가능한 사건 비중이 높았다. 사건 유형 별로 살펴보면 14건의 ‘적신호 사건’ 모두 HIT로 예방 가능하였으며 ‘근접오류’의 경우 95.5%, ‘위해사건’의 경우 89.0%가 HIT를 통해 예방 가능하였다. 위해정도에 따르면 ‘사망’, ‘영구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 ‘장기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의 경우 HIT를 통해 모두 예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5. EMRS 관련 및 예방 가능한 사건 보고현황
‘EMRS 관련 사건’ 2,525건 중 95.1%(2,401건)가 ‘EMRS로 예방 가능한 사건’으로 확인되었다(Table 5). ‘EMRS 관련 사건’으로 분류된 ‘수술’, ‘처치/시술’, ‘마취’, ‘수혈’, ‘감염관련’, ‘의료장비ㆍ기구’, ‘낙상’, ‘진료재료(소모품)’, ‘환자의 자살ㆍ자해’ 사건의 경우 EMRS를 통해 모두 예방 가능했다. 병원 규모별로는 ‘의원(100.0%)’, ‘상급종합병원(97.5%)’, ‘약국(96.0%)’, ‘종합병원(91.5%)’, ‘병원(88.1%)’ 순서로 EMRS 관련 사건 중 예방 가능한 사건 비중이 높았다. 14건의 ‘적신호사건’은 모두 EMRS로 예방 가능하였으며, ‘근접오류’의 95.8%와 ‘위해사건’의 92.4%가 EMRS로 예방 가능하였다. 위해정도에 따르면 ‘사망’, ‘영구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 ‘장기적인 손상 또는 부작용’의 경우에도 EMRS를 통해 모두 예방 가능하였다.
IV. 고찰
이 연구는 2016년 8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KOPS에 자율 보고된 정보를 활용하여 HIT 및 EMRS와 관련된 사건을 선별하고, 사건 특성 및 예방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였다. 보고된 환자안전사건의 약 10%가 HIT및 EMRS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낙상(49.6%)’과 ‘투약(31.1%)’ 다음으로 많은 사건 종류에 해당된다[25]. 외국의 국가 보고학습시스템에 보고된 환자안전사건을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HIT 관련 사건의 비중은 0.019%~16.1% 수준이었다[18,19,21,26]. HIT관련 사건의 발생이 EMR 등 HIT의 도입 정도와 관련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19], 우리나라의 높은 HIT 도입률이 관련 사건의 보고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국가별로 환자안전사건의 보고 범위와 종류에 차이가 있고, 보고대상 사건을 선별하는 과정에서 보고자의 선택 편향(selection bias)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27].
HIT 및 EMRS 관련 사건의 종류는 ‘투약사건’이 약 80%로 가장 많이 보고되었다. 이는 HIT 및 EMRS가 투약사건의 발생 및 예방과 관련이 있다는 선행연구와 유사한 결과이다[7,16,19,28]. 한편, 이 연구에서 HIT 및 EMRS 관련 사건으로 확인된 환자안전사건 중 보고자가 보고 당시 ‘전산장애’로 보고한 사건은 0.2%에 불과하였다. 이처럼 HIT 및 EMRS 관련 사건 보고자가 보고 당시 인지한 사건의 종류 차이를 보이는 것은 다양한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HIT 관련 오류의 특성 상 보고자가 발생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19,29]. 보고자가 HIT 관련 오류가 발생하였음에도 보고대상 사건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 과소보고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19,20,27].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보고학습시스템을 통해 사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지역 및 의료기관 수준에서 드물게 발생하는 안전문제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17,18,21]. HIT및 EMRS 관련 사건을 파악하고 예방하는데 보다 유용한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보고대상 사건의 범위와 보고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보고내용의 충실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30].
HIT 관련 사건의 경우 기술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인간 간 상호작용 등 인적요인에 의해서도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26,29].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환자안전법에 따른 ‘환자안전사고 보고서’에 전산장애가 아닌 인적요인에 의해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고항목이 존재하지 않아[31], 현재 보고학습시스템의 분류체계에 따라 전반적인 HIT 관련 사건의 특성 및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경우 공통 보고서 양식(Common Format)에 HIT 관련 사건 보고를 위한 카테고리를 추가하였는데[32],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보고 양식을 보완하거나 별도의 양식을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HIT의 결함 및 부적절한 활용은 다른 요인과 결합되어 환자에게 위해를 야기할 수 있다[21]. 이 연구에서도 HIT 및 EMRS 관련 사건의 약 10%에서 환자 위해가 발생하였으며, 이 중 13건은 사망 사건이었다. HIT 관련 사건의 94%, EMRS 관련 사건의 95.1%가 예방 가능하였는데, 환자가 사망하였거나 영구적 또는 장기적인 손상 및 부작용이 나타난 경우에는 모두 예방 가능하였다. 이는 선행연구에서의 예방 가능성 75%[18]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으로, 두 가지 측면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즉, 인공지능 등 HIT는 의료오류의 식별과 예방을 통해 환자안전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데[33,34], HIT의 발전으로 환자안전사건의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선행연구보다 HIT 및 EMRS 관련 사건의 예방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는 데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한편, HIT의 적절한 설계와 개발 그리고 활용을 통해 오류의 발생 가능성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알려져 있는데[19], 2008년 미국 의료기관인증기구(The Joint Commission)는 HIT와 관련하여 환자안전에 잠재적인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사항을 권고한 바 있다. HIT의 기획, 설계, 평가 뿐만 아니라 질 향상 과정에 의료진들이 직접 참여하고, 기술 도입 이후에도 의도하지 않은 결과에 대한 지속적인 재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15]. 또한, 인증제도를 통해 HIT의 설계와 사용 및 평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7,10,17,26], 우리나라의 경우 2020년부터 국가 차원의 전자의무기록 인증제도가 시행되고 있으나 아직까지 안전성에 대한 기준은 부재한 실정이다[35]. 따라서 이번 연구 결과는 전자의무기록 인증제도에서 안전성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10].
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갖는다. 첫째, 이 연구는 실제 환자안전사건의 발생 건수가 아닌 KOPS에 보고된 건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일반적으로 보고학습시스템을 통해 확인 가능한 사건이 전체 환자안전사건의 10% 내외인 점을 감안하였을 때[24,30], 확인되지 않은 사건이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보고자의 회상 비뚤림(recall bias) 또는 지식이 보고내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29]. 보고자의 사건 기술 내용의 상세정도에 많은 부분 의존하였기 때문에 보고서 분석에 필요한 사건 정보가 충분히 기술되어 있지 않은 경우 HIT 또는 EMRS 관련 사건으로 분류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셋째, 이 연구는 보고자가 보고한 내용을 토대로 연구자들이 HIT 및 EMRS와의 관련성을 분석한 연구이므로, 연구자의 경험이 분석 과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19, 20, 27]. 하지만 이러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2차 검토 및 교차 검토를 통해 연구자의 주관적 판단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하였다.
이러한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이 연구는 국가 차원의 보고학습시스템 자료를 기반으로 HIT 및 EMRS 관련 사건 현황을 분석한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HIT 및 EMRS 관련 사건 정보를 안전한 HIT 및 EMRS의 도입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건 보고가 활성화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보고 자료의 신뢰성과 질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또한, HIT 및 EMRS 관련 사건 정보를 효과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론의 개발 또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V. 결론
의료기관의 HIT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환자안전 분야에서 HIT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에 대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KOPS에 보고된 자료를 바탕으로 HIT 및 EMRS 관련 사건 현황과 예방 가능성을 조사했다. 환자안전사건 보고 건수의 약 10%가 HIT 및 EMRS 관련 사건이었으며, 이 중 94% 이상이 예방 가능하였다. 또한 전체 보고된 투약사건의 약 28%가 HIT 및 EMRS 관련 사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였다.
HIT와 EMRS는 환자안전을 향상시키는 도구로 활용되고 오류를 예방하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HIT와 EMRS가 오류를 예방하지 못하는 문제가 많이 발견되었다. HIT 및 EMRS의 안전성 개선을 위한 사건 보고와 분석, 단계적이고 중장기적인 계획, 다양한 관련 연구가 환자와 의료진을 위한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을 위해 필요할 것이다.
Notes
Funding
This study was supported by the Korea Institute for Healthcare Accreditation, 2020 (KOIHA).
Conflict of Interest
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