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의 표준진료지침 개발 및 운영 현황
Status of the Development and Utilization of Critical Pathways in Medical Institutions in South Korea
Article information
Trans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ssessed the status of the Development and Utilization of critical pathways (CP) in South Korea.
Methods
We surveyed 195 hospitals obtained on the Korean Hospital Association website. Data were collected using structured questionnaires for staff members in charge of CP management personnel in these hospitals. The questionnaire included CP developed by the institutions, the coverage rates and completion rates of CP in the current year, and management indicators related to CP. The questionnaire also included CP support systems and content within the institutions and questions regarding the advantages of CP utilization and obstacles associated with the CP development process.
Results
Analysis of the responses from 70 hospitals (35.9% response rate) showed that a total of 1,370 CP sets were developed. The number of CP related to surgery departments was 365 (26.6%), and CP related to surgery and procedure was 1,093 (79.8%), respectively. The CP coverage rate was the most frequently used indicator to monitor the effect of CP (97.1%), followed by the completion rate (90.0%) and the length of stay in hospital (61.4%). CP managers reported that CP were highly useful for communication (3.39±0.493) and accurate information provision (3.39±0.491). The perception that CP violated doctors’ autonomy in treatment was relatively low (2.87±0.645).
Conclusion
It is necessary to establish an infrastructure in hospitals for CP. CP can facilitate communication and provide accurate information.
Ⅰ. 서론
최근 국내 의료 환경의 큰 변화 중 하나는 건강보험의 의료비 지불 방식이 행위별 수가에서 점차 신포괄수가제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97년부터 의료보험에서 일부 질병이나 수술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시범적으로 적용하기 시작하였지만 본격화 된 것은 2019년 1월 기준으로 69개 의료기관에서 559개 질병 군을 대상으로 신포괄수가제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신포괄수가제의 도입에 따라 의료기관들은 진료의 질적 수준을 유지하거나 향상시키면서 진료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으며, 표준진료지침은 이러한 방안 중 하나로 고려되고 있다[1-3]. 정부와 의료진이 표준 진료지침에 주목하는 또 다른 이유는 정부가 2017년 8월 발표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영향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러한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인해 국민들이 의료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됨으로써 건강보험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걱정하고 있으며, 따라서 민간 의료보험 가입자의 도덕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서 보장성 강화와 동시에 구속력 있는 표준진료지침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것을 피력하고 있다[4,5].
표준진료지침은 임상진료지침을 기초로 하여 각 병원에서 적정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질환과 수술명, 진료의 순서와 치료 시점, 진료 행위 등을 미리 정해 둔 표준화된 진료 과정이다[6,7]. 이는 의료의 질을 보장하면서 재원 기간을 최소화 하는 등의 의료 재원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의료 환경의 변화에 의료기관들이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4,8]. 이러한 표준진료지침은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여러나라에서 30여년 전부터 활용되어 온 바 있다[8,9]. 특히 미국에서는 1985년부터 메디케어의 진료비 지불 제도가 포괄수가제로 변화하면서 New England Medical Center에서 표준진료지침을 성공적으로 적용한 사례를 시작으로 매우 빠른 속도로 확산된 바 있다. 현재 미국 내에서 표준진료지침은 입원 진료, 외래 진료, 장기요양 진료 및 가정 진료 시설 등 보건의료를 제공하는 다양한 상황에 적용되고 있으며, 10여년 전부터는 다수의 연구결과에 대한 체계적 고찰을 통해 그 효과를 분석하는 단계에 이르렀다[9]. 우리나라의 경우는 보건복지부에서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공공의료수행기관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표준진료지침을 확대 적용하고자 하는 정책을 마련하고자 2013년부터 표준진료지침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국립중앙의료원에 공공보건의료지원센터를 두고 표준진료지침 개발계획을 수립하였다.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45개의 표준진료 지침을 개발하고 보급에 힘쓰고 있으며, 인프라 확보를 위해 표준진료지침 모니터링 시스템을 운영하여 연합 지역 29개 의료원의 EMR시스템과 연계하여 이를 관리하고 있다[10]. 특히, 최근 신포괄수가제 정보관리평가의 정보관리영역에서 표준진료지침 관리가 하나의 평가 지표로 포함되어 있어 신포괄수가제 참여 병원을 중심으로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
최근의 이러한 국내 변화로 미루어 볼 때 다수 의료기관에서 각 기관의 의료 상황을 고려한 표준진료지침이 개발되고 활용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나, 아직까지 개발된 표준진료지침의 활용 현황이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3]. 지금까지 표준진료지침의 개발과 활용에 관한 국내외 선행 연구에 따르면 표준진료지침을 통해 진료 과정 상의 변이를 감소시킴으로써 재원기간 단축, 진료비용 절감, 합병증 감소 및 의료과오 소송에 대한 병원의 대응 능력향상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양한 측면의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표준진료지침의 개발은 여러 분야의 의료제공자들이 참여하여 진료 경험과 문헌들을 토대로 합의를 도출하는 것으로 그 과정이 결코 단순하지 않다. 따라서 표준진료지침 활용의 효과를 기대한다 하더라도 의료기관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까지 국내 표준진료지침의 개발이 대형병원 중심으로 개발되어 적용되고 있고 공공병원에는 그 결과가 공유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의료기관의 규모나 진료 운영체계가 상이한 기관 간에 표준진료지침을 공통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을 것이나, 기 개발된 현황을 공유함으로써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접목할 수 있는 정보를 나누는 것은 진료 효율성 면에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 의료계에서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질환 군을 대상으로 표준진료지침을 개발하여 적용하고 있는지 그리고 표준진료지침을 적용하면서 관리하는 지표는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공유하는 것은 표준진료지침을 확산하는 데 중요한 기초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이 연구에서는 국내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개발된 표준진료지침 현황과 적용 현황 및 표준진료지침 관리 지표를 파악하여 이를 공유하고자 한다. 또한, 표준진료지침 활용의 장점 및 확대 운영하는데 있어서의 장애요인에 대한 인식을 파악함으로써 향후 표준진료 지침 적용 확산 전략을 모색하는데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한다.
Ⅱ. 연구방법
이 연구는 국내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 이하 CP) 개발 현황과 장애요인을 파악하기 위한 탐색적 조사연구로 연구진이 구성한 구조화된 설문지를 이용한 설문조사 방법을 이용하였다.
1. 연구대상 및 자료수집
자료수집은 2019년 7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이루어졌다. 이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의를 거친 후 진행되었다(NHIMC 2019-05-008-002).
조사 대상 병원은 대한병원협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현황을 기초로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과 100병상 이상의 공공 병원을 포함하였다. 이 연구의 조사 대상에 포함된 병원은 종합병원 110개, 상급종합병원 43개, 공공병원 42개로 총 195개 병원이었다.
이들 병원의 CP 관리 부서 내 담당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하여 설문 응답 동의 및 가능 여부를 타진 한 후 전자우편으로 설문지를 발송한 후 전자우편 회신 혹은 우편 설문을 통해 자료조사를 실시 하였다.
설문의 내용은 해당 기관에서 개발된 표준진료지침과 적용률 및 완료율, CP 관련 관리 지표, 기관 내 CP 지원 체계 및 지원 내용 등에 대한 일반적인 사항이 포함되었으며, 연구진이 개발한 CP 활용의 장점 및 개발 장애요인에 대한 인식을 묻는 10개 문항이 포함되었다. 설문 내용은 CP의 개발과 활용이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환자안전 확보, 원활한 의사소통, 정확한 정보제공, 재원 일수 감소와 진료비 감소에 얼마나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내용과 CP의 적용이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한다고 생각하는 지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였다. 설문 응답은 ‘매우 그렇다, 4점’, ‘그렇다, 3점’, ‘그렇지 않다, 2점’, ‘매우 그렇지 않다, 1점’으로 분석하였으며, 의사의 자율성 침해에 대한 질문 응답은 역순으로 점수화 하였다. 응답 내용의 타당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해 CP 활용의 장점 및 개발 장애요인에 대한 설문 응답은 CP 관련 업무 1년 이상의 경력자에게만 응답하도록 하였다.
2. 자료 분석
설문 결과에 대한 자료 분석은 SPSS 23을 이용하였다. CP의 개발 및 적용률, 관리 지표에 대한 의료기관 유형별, 진료 영역별, 진료 분야별, 지역별 비교는 평균 및 백분율을 이용하였다.
Ⅲ. 연구결과
설문 조사 대상 195개 병원 중 70개(35.9%) 병원에서 응답에 동의하여 우편 또는 이메일 회신을 주어 이를 최종 분석에 포함하였다.
1. 조사대상병원의 특성 및 표준진료지침 관리 현황
조사대상병원 현황 및 CP 관리 현황은 Table1과 같다. 조사대상 병원은 상급종합병원 18개(25.7%), 종합병원 52곳(74.3%)이었으며, 종합병원 중 공공병원은 28곳(40.0%)이었다. 대상 병원의 병상 수로 구분하였을 때 500병상 미만이 38곳(54.3%), 500병상 이상 1,000병상 이하가 25곳(35.7%), 1,000병상 초과 병원이 7곳(10.0%)이었다. 조사 대상 병원의 소재지는 경상도 소재가 22곳(31.4%)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경기도 15곳(21.4%), 서울시 10곳(14.3%), 전라도 9곳(12.9%), 강원도 6곳(8.6%), 충청도 7곳(10.0%), 제주도 1곳(1.4%)이었다.
CP 개발 적용수에 대한 조사결과 10개 이하가 33개 기관으로 47.1%로 가장 다수였고, 11개 이상 50개 이하의 CP를 적용하는 기관이 21개 기관으로 30.0% 정도로 나타났으며, 100개가 넘는 CP를 적용하고 있는 기관은 2개 기관으로 2.9%로 가장 낮았으며, CP를 전혀 적용하지 않는 기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CP를 정기적으로 갱신하면서 관리가 이루어지는 병원이 66곳(94.3%)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병원에서 CP에 대한 후속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다만, 관리 주기를 정례화하기보다 필요 시 하는 경우가 47개 병원(67.1%)으로 가장 많았고, 1년 주기로 갱신하는 경우가 13개 병원(18.6%), 2년마다 하거나(5.7%), 4년과 6개월이 각각 1곳(2.9%)으로 관리 주기가 다양하였다.
CP 적용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모니터링 지표는 CP 적용률(97.1%)이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었고, 다음은 CP 완료율(90.0%), 재원일수(61.4%) 순으로 나타났다. 그 외, 합병증, 재입원율, 재수술률, 응급실 방문율 및 퇴원 환자 중 CP 적용률 등의 지표가 사용되고 있었다.
CP 개발 과정에 대한 기관 차원의 지원이 있는 경우가 기관의 지원이 없는 경우 보다 월등히 많아 52개 기관(74.3%)에서 지원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구체적 지원 유형은 담당자가 지정되어 CP 개발 및 모니터링을 지원하는 ‘인적 지원’이 70%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포상’이 44.3%, ‘활동비 지원’이 42.9% 순이었다. 그 밖에 ‘의사직 성과평가’(5.7%) 및 ‘부서 평가에 반영’(4.3%)이 있었으며, ‘교육 학점 지원’(4.3%)을 통한 지원이 있었다.
2. 표준진료지침 담당자의 일반적 특성
CP 관리 담당 직원의 임상 경력은 2년초과 4년 이하가 23명(32.9%)으로 가장 많았고, 4년 초과 10년 이하가 21명(30.0%)으로 절반 이상이 4년 이하의 경력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들의 CP 담당업무 경력은 2년 이하가 29명(41.4%)으로 가장 많았고, 2년 초과 5년 이하가 27명(38.6%)으로 5년 이하의 경력이 80.0%를 차지하였다(Table 1).
3. CP 활용의 장점 및 장애요인에 대한 담당자의 인식
CP 활용의 장점 및 장애요인에 대해 임상 경력 1년 이상인 CP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응답자는 총 63명이었다. 조사 결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3.40±0.50)과 정확한 정보제공(3.40±0.49)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가장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으며, 다음은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3.21±0.54), 재원일수 감소(3.11±0.66), 진료비 감소(3.05±0.63), 환자안전확보(3.03±0.55)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의사의 진료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2.85±0.65수준으로 나타나, CP의 활용이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Table 2).
의료기관 종별 CP 개발 수를 비교 분석한 결과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평균 65.6 (±79.85)개의 CP가 개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간의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긴하였으나, 종합병원의 13.9 (±19.56)개 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χ2=16.519, p<.001)(Table 3).
4. 표준진료지침 개발 및 적용 현황
CP를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는 진료과는 총 28개로, 외과에서 개발한 CP가 365개(26.6%)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은 산부인과가 171개(12.5%), 정형외과가 126개(9.2%), 이비인후과 120개(8.8%) 그리고 안과 115개(8.4%) 순이었다(Table 4).
CP 목록 정보를 제공하지 한 기관의 개발 CP 목록을 분석한 결과 총1,370개의 CP가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었다. 이중 수술·시술 관련 CP가 1,093개(79.8%)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치료 관련 CP가 215개(15.7%), 검사 관련 CP 62개(4.5%)로 나타났다(Table 5).
이를 유사한 치료, 수술ㆍ시술 및 검사 관련 CP로 통합 분류한 결과 10개 이상의 다빈도로 개발된 CP 유형과 이 CP 개발에 참여한 기관을 파악한 결과는 Table5와 같다. CP의 유사성을 분류한 기준은 수술의 범위나 방향 혹은 응급과 비응급 등 동일한 수술명에 적용하지만 하위수준으로 구분되어 있는 경우를 하나의 CP유형으로 구분하였다. 가장 많이 개발된 CP는 충수절제술 관련 CP로 총 81개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었으며, 다음은 탈장수술 72개,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 61개, 화학요법 49개, 백내장 48개, 갑상선 절제술 41개 순이었다. 또한, 가장 다수 기관에서 개발하여 활용하고 있는 CP 역시 충수절제술 관련 CP로 69.6%에 해당하는 총 48개 기관에서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탈장수술관련 CP로 44개 기관(63.8%)에서 개발하였고,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 34기관(49.3%), 백내장과 제왕절개술 32기관(46.4%), 담낭절제술 30개 기관(43.5%), 치루, 치열 및 치핵수술 29개 기관(42.0%) 순이었다. 항암화학요법은 49개의 CP로 비교적 많은 수의 CP가 개발되어 있었으나, 개발한 기관은 5개(7.2%)로 적은 수의 기관에서 다수의 CP를 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Table 6).
Ⅳ. 고찰
이 연구는 진료의 표준화를 통한 의료의 질관리 및 진료 효율성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주목 받고 있는 CP에 대한 의료기관의 개발 및 운영현황과 CP 활용의 장점 및 장애요인에 대한 인식을 파악하기 위한 연구이다. 비록 이 연구결과가 70개 의료기관의 자율적 응답 자료를 토대로 것이기는 하나 구체적인 CP 목록과 CP 관리를 위한 지표 및 지원체계에 대한 분석을 통해 향후 CP 개발 및 적용을 확산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였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연구의 결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종합병원 및 상급종합병원 70개 기관에서 개발한 CP 1,370개 중 수술시술 관련 CP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다빈도로 개발된 CP 역시 충수절제술 등과 같은 수술 관련 CP로 나타났다. 이는 CP가 특정 대상이나 임상적 문제 또는 절차에 대한 치료를 표준화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된다는 것[6]을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다양한 변이가 발생되는 내과 계통 질환보다는 외과계열에서의 수술이나 시술에서의 적용 및 접근성이 높음을 시사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동일 치료나 시술에 대해 재원일의 차이 혹은 기저질환의 차이에 따른 유형별 CP가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어 의료기관내에서 동일 질환에 대한 다수의 CP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이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된 충수절제술 관련 CP의 경우도 총 48개 병원(69.6%)에서 81개의 CP를 개발한 것으로 나타나 대부분의 병원에서 충수절제술 관련 2개 이상의 CP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표준’진료라는 것이 단순히 획일적인 진료 프로세스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환자의 상태를 충분히 고려한 최적의 적정 진료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다양한 진료 프로세스를 표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항암화학요법 CP의 경우 소수의 병원에서 다양한 종류의 CP를 개발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대상 병원들에서 항암화학요법을 얼마나 시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료를 토대로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상급종합병원이 종합병원보다 월등히 많은 수의 CP를 개발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CP 개발 및 활용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있어서 두 기관의 지원 동력의 차이에 따른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다양한 치료, 대다수 의료인력과 수련 체계로 인한 잦은 인력 변화로 인해 표준화된 진료 프로세스 활용에 대한 요구도와 효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CP를 활용한 상급종합병원에서의 이러한 이점에 대한 경험들이 CP 활성화를 위해 인적자원을 비롯한 인프라 구축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게하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연구 자료에 포함된 70개 기관의 경우 CP 적용 현황 및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관리하고 있는 지표는 CP 적용률 및 완료율을 포함하여 9개 정도로 나타났다. 90% 이상의 병원에서 CP 적용률 및 완료율을 관리하고 있었으나, 상대적으로 CP 적용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객관적인 성과지표를 관리하는 경우는 적었다. 재원 일수 지표의 경우는 43개 기관(61.4%)에서 관리하고 있었으나, 진료 결과 지표라고 할 수 있는 합병증, 재입원율, 재수술률 및 응급실 방문율 등을 관리하는 기관은 10% 이하로 적게 나타났다. 국외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국내 상황과 비교할 때 좀 더 다양한 지표들을 관리하고 있었다. 예를 들어 환자 측면의 성과지표로써 재원 기간, 재원 중 사망률, 장기 추적 사망률, 합병증, 부작용, 중환자실 입원 및 퇴원 유형의 관리 지표를 포함하고 있으며, 그 외 임상적 질 지표로써 의료진의 만족도를 포함하고 있다. 또한 수술 후 거동 시간이나 정확한 기록의 양과 질 등 근거 기반 실무 준수율과 같은 관리 지표를 제시하는 등[9] 다양한 지표가 관리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표준진료지침을 적용함으로써 자원을 최소화하고 업무의 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의료의 질과 적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를 판가름 할 수 있는 근거산출을 위해서 보다 다양한 지표들이 관리되고 공유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계획에 없던 재입원율’이나 ‘계획에 없던 응급실 방문율’과 같은 공통적 지표뿐 아니라 ‘추가적인 통증완화 약물처치비율’과 같이 각각의 CP와 관련한 임상결과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들을 관리 함으로써 CP 적용이 임상결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를 비교분석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총 진료비’나 ‘재원 일당 진료비’와 같은 자원 소모 관련 지표들도 적극 제시함으로써 국내 진료현실에서 CP를 통해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실현되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1년 이상 경력의 CP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CP 활용의 장점 및 장애요인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원활한 의사소통과 정확한 정보제공의 효율성 및 의료서비스의 질향상 측면의 장점에 대해 높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포괄지불제도 참여 병원을 대상으로 인식도를 조사한 선행연구 결과에서 CP 개발 및 보완을 통해 의료의 질향상이 도모되었다고[10] 보고된 것과도 일치하는 견해이다. 또한, CP 개발에 참여하고 이를 활용해 본 의사, 간호사 및 약사 모두가 CP를 통해 업무가 단순화되고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었다고 보고하였다는 결과[3]와도 일치하는 결과이다. CP 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 재원일수 감소나 진료비 감소 측면에서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7개 연구 결과를 토대로 CP 적용의 효과를 파악하기 위한 체계적 고찰 연구와 유사한 결과이다. 이들 연구에 따르면 재원 중 합병증과 기록 등의 서류 업무 등이 감소하였고, 대다수 연구에서 재원일수가 감소하였으며, 진료비의 감소가 있었다[11]. 유럽 23개국이 포함된 전문가 그룹을 대상으로 CP의 중요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E-P-A(European Pathway Association) 설문 결과에서도 CP의 중요성 상위 10순위를 의료 질 향상, 근거기반 중재의 향상, 다학제적 접근, 치료의 효율성 향상, 전문가간의 의사소통, 표준 치료, 치료계획, 결과 중심, 지침의 사용 및 환자와 전문가간의 의사소통이라고 보고한 바가 있다[8]. CP 적용 경험이 있는 의료진의 만족도에 대한 조사연구 결과에서도 CP 적용을 통해 환자의 반복 질문 횟수가 감소하고, 의료서비스의 기회가 증가하고 환자의 이해도를 증가 시켜 업무효율성이 증가되었다는 보고[12,13]를 한 바 있다. 특히, 비교적 예측 가능한 치료 과정의 경우 통합적 진료지침들(Integrated care pathways)을 적용하는 것이 치료 목표를 문서화하고 의료전문가와 환자 및 간병인과의 의사소통을 문서화함으로써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보고된 바가 있다[14-17]. 결론적으로 선행연구에서 CP 적용 효과에 대한 다차원적인 긍정 효과가 증명되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이 연구결과 최소한 기관 내에서 CP를 담당하는 관계자들은 CP 적용의 긍정적 측면에 대해 보다 크게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이상의 결과는 비록 CP 담당자들의 주관적인 인식을 토대로 분석한 것으로 평균 3년 이상 CP 관련 업무를 수행한 의료진의 실무 견해로써 참고할 만한 의의가 있다. 따라서 향후 보다 객관화된 측정방법을 이용하여 CP 활용 시 의사소통의 장점과 정보제공의 효율성 및 의료서비스의 질 향상 측면에서의 장점에 대해 확인할 필요가 있겠다.
CP 개발은 획일적인 적용이 아닌 환자의 상태에 따른 의사의 진료권을 보장한다는 것을 전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CP가 의사의 진료자율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견해는 CP 확산의 큰 장애요인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볼 때 CP 활용의 장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으며, 적어도 CP 개발을 지원하고 활용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CP 담당자들은 CP가 의사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것에 대한 인식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 주체인 의사들과 견해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으나, CP 적용 효과에 대해 검토하고 확산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는 담당자들의 견해라는 점을 감안할 때 CP가 처방의 제한 측면 보다는 진료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표준화하는 고유의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는 긍정적 변화의 측면으로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국내 진료체계 내에서 CP 적용의 한계를 극복하고 확산해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CP 적용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 개선과 함께 CP 적용효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지표개발 및 관리에 대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 연구에서 CP개발 및 적용에 대해 실질적 지원이 제공되는 기관은 74.3% 정도로 나타났다(Table 1). 이 정도가 충분한 지원 인지에 대해서는 추후 보다 세부적인 연구 설계에 따른 분석이 필요하겠다. 다만, CP 적용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이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며 이것이 충분하지 못할 때 CP 적용이 효과적이지 못한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14]들을 고려할 때 CP가 과연 의료서비스 향상 및 의료질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판단하기 위한 분석에 앞서 의료기관에서 CP 개발과 유지관리를 위해 어떤 질적 지원을 하고 있는 지를 함께 파악할 필요가 있겠다.
이 연구는 국내 CP 개발 현황을 파악하는데 목적이 있었기 때문에 조사 대상 병원의 운영기간이나 CP 개발 기간 등 병원의 구체적인 특성에 따른 CP 개발이나 활용 정도를 비교하지는 못한 제한점이 있다. 따라서 CP 개발 및 관리 전략 수립과 관련된 병원 특성 변수를 고려하여 이를 비교 분석하기 위한 후속연구를 제언한다.
Ⅴ. 결론
국내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다수의 CP 개발 및 적용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 중 수술 및 시술 관련 CP가 다수 개발되어 사용 되고 있었다. 또한, 각 기관의 CP 현황을 모니터링하면서 관리하는 CP 담당자들은 CP 적용을 통해 다양한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CP를 관리하는데 활용되는 지표가 일부 제한된 지표에 국한되고 있어 CP 적용이 의료 질향상을 도모하는데 효율적인지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향후 다양한 질적 결과 지표들을 통해 CP 적용의 효율성을 객관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상급종합병원 뿐 아니라 다양한 규모의 병원에서 각 기관에 맞는 CP 개발을 지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제언한다.
Notes
Funding
This Work was supported by National Health Insurance Service Ilsan Hospital grant NHIMC2019CR062
Conflict of Interest
N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