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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 Improv Health Care > Volume 29(2); 2023 > Article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서비스디자인: 환자경험 증진을 위한 실행 접근법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s to suggest the future direction for applying service design to improve the quality of healthcare as part of hospital service innovation and present implementation plans in Korea, based on a review of quality improvement activities and the current status of service design applications.

Methods

Through a literature review, we examined the status of service design introduction and application in the healthcare field, focusing on cases in the US and Europe. The possibility and limitations of service design in the healthcare field were examined through a comparison of oversea and domestic cases.

Results

Recently, service design has begun to be applied to the healthcare field worldwide. Service design shows the possibility of an alternative that alleviates and complements the limitations of existing quality improvement activities. It also offers the possibility of creating new organizational improvement and innovation approaches through integration and convergence with existing quality improvement activities and management innovation.

Conclusion

To effectively apply service design to hospitals, it is necessary to integrate internal organizations related to service improvement, combine methods, and objectively measure and evaluate performance. To this end, we propose the operation of a nationwide education and training center for quality improvement and service design led by academic society. Service design will provide an opportunity to change the management innovation and organizational culture of hospitals beyond the scope of the current quality improvement, which deals only with micro-subjects of individual hospitals.

Ⅰ. 서론

과학적, 체계적인 의료의 질 관리는 1860년대 나이팅게일(F. Nightingale)에 의해 병원간 사망률 비교 연구 등을 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1]. 국내에서는 1980년대 초 미국의 병원표준화심사를 벤치마킹한 대한병원병원협회의 병원표준화심사가 병원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루어지면서 의료 질 관리가 시작되었다[2]. 이후 1990년대에 의료의 질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의료의 질 평가에 정부 개입이 시작되어 2004년 대형병원을 우선 대상으로 의료기관평가가 진행되었다. 2010년에는 자율적인 의료기관 인증제로 변경되었고 인증을 받는 의료기관의 수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2015년에는 선택진료제 축소·폐지로 인한 손실 보전을 위해 의료 질 평가 지원금 제도가 생겨 의료기관의 의료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1994년 한국의료QA학회 설립 이후 2012년에 지금의 명칭으로 변경하고 현재까지 의료 질 향상의 학술적 기반 조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수십년 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의료 질 향상 활동에 대한 비판도 존재한다. 질 향상 활동이 제한된 시간 내에서 일회성의 소규모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변화를 위한 전문성이나 자원이 부족한 인력이 활동을 주도를 하는 것이 하나의 문제다. 또한 많은 개선활동이 부서 수준에서 고립된 채 수행되고, 결과나 과정에 있어서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교훈이 공유되지 못해 오히려 새로운 위험을 야기하기도 한다[3]. 여기에 더하여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관련 법, 제도가 강화되고 있다. 이와 함께 4차 산업혁명과 신의료 기술의 도입으로 인한 병원 환경의 변화, 경영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라는 과제까지 병원에 주어졌다.
기존 질 향상 활동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건의료분야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것이 서비스디자인이다.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 분야에 디자인씽킹을 적용한 다학제적 접근법으로 인간중심적(human-centered)이고, 참여적(user-participatory)이며, 매 단계마다 시각적인 결과물이 기본(evidencing)이 되며 전체를 총체적(holistic) 으로 접근한다는 특징이 있다[4].
본고에서는 기존 Quality Improvement (QI)활동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보건의료 분야의 서비스디자인 적용이 활발한 미국 및 유럽 사례를 중심으로 서비스디자인의 도입과 적용 현황을 살펴보고, 국내 현황과의 비교를 통하여 의료분야에서의 서비스디자인의 가능성과 한계를 제시했다. 이를 통해 병원의 서비스 혁신 방법으로서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기 위해 미래 방향을 검토하고, 서비스 개선 관련 내부조직의 통합, 방법의 융합, 성과의 객관적 측정과 평가라는 세 가지 과제와 실행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Ⅱ. 본문

1. 그간의 궤적: Quality Assurance (QA)부터 QI까지

서양의학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시대 이전에도 의료의 질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나 관련 규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지만,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의료의 질 관리는 산업혁명 이후 의학과 병원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1]. 전문 간호의 발전을 통해 병원의 발전에 기여한 나이팅게일(F. Nightingale)은 1860년대에 병원 간 사망률의 비교 등 주요 질 지표 값의 비교를 시도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 자료의 공통 양식과 정의 등을 강조함으로써 의료의 질 평가의 기초를 닦았다고 할 수 있다[5]. 코드만(E. A. Codman)은 오늘날에도 쉽지 않은 의료의 결과(outcome) 평가를 1910년대에 처음으로 시도하였다[6]. 코드만의 영향을 받은 미국외과의사회(American College of Surgeons)가 주도하여 1919년에 시작한 병원표준화심사(Hospital Standardization Program)는 미국 병원의 질적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고, 1950년대에는 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ospitals (JCAH)가 주도하는 병원 신임제도(hospital accreditation)로 발전하였으며, 오늘날에는 병원 외의 다양한 보건의료기관을 포함하는 신임제도로 발전하였다[7]. 이러한 의료기관 신임제도는 여러 국가로 확산되어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료의 질 관리의 가장 중요한 기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단위의 질 향상 활동과 연계되어 기관 단위 활동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동기를 부여하는 중요한 기전으로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초반 시작된 대한병원협회의 병원표준화심사를 의료 질 관리의 중요한 출발점으로 꼽을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병원표준화심사를 벤치마킹 해서 대한병원협회가 주도하고 병원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본격적인 질 평가 사업이었다[2]. 질 평가 결과가 외부에는 공개되지 않았고, 병원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평가 결과를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가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으나, 질 향상 활동에 대한 병원의 관심과 노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90년대 들어서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의료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의료서비스에 대한 불만족이 중요한 이슈가 되면서 의료의 질 평가에 정부 차원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1995년부터 의료기관 서비스 평가제도가 시범사업의 형태로 몇 년간 계속되었다. 이를 토대로 하여 의료법에 시행 근거를 마련하고, 2004년에 먼저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의료기관평가가 시작되었다. 평가 결과는 사회적으로 공표되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고, 병원이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전사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벌이는 계기가 되었다[2]. 의료기관평가의 긍정적인 영향과 함께 평가 항목의 수정, 평가 방법의 보완 등 여러 가지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되었다. 2010년 하반기에는 강제적인 의료기관평가 대신 자율적인 의료기관 인증제로 변경되었다. 인증제 시행을 담당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이 설립되었고, 인증을 받는 의료기관의 수가 점차 늘어났다.
종전에 보험자의 하부 조직으로 있던 진료비 심사기구가 독립기구로 개편되면서 조직의 명칭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 설정한 이유는 진료비 심사뿐만 아니라 질 평가를 중요한 기능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실제 질 평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중요한 기능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진료의 결과 측면의 평가 지표를 설정하고, 의료기관별 결과 지표의 값을 측정하고 발표함으로써(요양급여 적정성 평가) 소비자에게 의료제공자의 질적 수준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기초로 진료비 가감지급제까지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는 의료기관의 질 향상 활동의 효과적인 자극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8]. 선택진료제를 축소·폐지하는 과정에서 이와 관련된 손실의 보전을 목적으로 2015년도부터 도입된 의료 질 평가 지원금 제도는 의료 질, 환자안전을 중심으로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한 정도를 평가한 결과에 기초하여 의료기관을 지원함으로써 의료의 질에 대한 의료기관의 관심을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외부의 질 평가 제도나 평가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병원도 적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의료기관 인증제, 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JCI) 인증, 심사평가원의 적정성 평가, 환자경험 평가 외에도 여러 기관의 고객만족 평가와 서비스 평가가 늘어나면서 병원의 전략적 대응이 필요해진 것이다. 가시적인 변화로는 우선 질 평가와 향상 활동을 전담하는 조직(적정진료실, QI실(팀), QA실(팀), Process Innovation (PI)팀, Quality and Patient Safety (QPS)팀 등)을 설치하고 전담 인력을 두는 병원이 크게 늘어났다. 전담 부서와 인력은 외부 평가에 대한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준비는 물론이고, 병원 차원의 질 향상 활동을 조정, 통합, 지원하는 기능을 통해 질 향상 활동이 병원의 기본적이고 일상적인 기능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9].
의료계 내부와 사회 전반에서 의료의 질 평가와 향상 활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이를 뒷받침할 방법론과 관련 지식의 개발, 보급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1994년 관련 전문가와 실무 인력을 중심으로 한국의료QA학회가 설립되었고, 2012년에는 한국의료질향상학회로 명칭을 변경하였다. QA가 가지고 있는 강압, 통제, 요구에 대한 수동적 대응 등 부정적 이미지 대신, 자발적이고 능동적인 활동과 참여의 긍정적인 이미지와 철학을 강조하는 명칭으로 변경한 것이다. 학회는 의료전문인력을 대상으로 한 연수교육 제공, 학술대회 개최, 학술지와 전문 서적 발간 등의 활동으로 의료 질 평가와 향상 활동의 기술적 지원, 관련 정보와 지식의 교류와 공유, 관련 학문 발전의 기초 확립 등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의료분야에서 의료서비스 제공 과정과 조직 운영의 결함을 해결하기 위해 질 향상 활동(작업)과 방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질 향상 활동에 대한 옹호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질 향상 활동이 의료의 질과 환자안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증거는 일관적이지 않다. 2016년의 체계적 문헌고찰 연구에서는 린(lean) 개입이 환자 만족도 또는 건강 결과와 유의미한 연관성이 없지만, 재무적 비용과 작업자 만족도와는 부정적인 관련성이 있으며, 과정 결과에 일관성 없는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을 내렸다[10]. 실제로 질 향상 활동(작업)이 시간 제한이 있는, 일회성의, 소규모 프로젝트로 시행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변화를 유발할 전문성이나 권한 또는 자원이 부족한 전문가가 질 향상 활동을 주도하는 경우가 많다. 개선에 대한 엄격한 평가와 성공이나 실패의 교훈을 공유하는데 관심이 부족한 것도 일반적이다. 너무 많은 질 향상 활동(개입)이 상황에 관계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개선을 가져올 ‘마법의 총알(magic bullets)’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많은 개선 활동이 특정 부서 수준에서 고립된 채 수행되는 바람에 자원을 모으고 집합적인 공동 해결방안을 개발하지 못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위험을 도입하게 된다[4]. 이러한 문제의 해결책으로 다음과 같은 방안이 제안되었다: 1) ‘마법의 총알’을 찾지 말고 조직 강화에 집중하며 긍정적인 일탈(deviance)로부터 배우자. 2) 해결방안을 설계하고 검증하는 역량을 구축하고, 처음부터 복제와 확장 계획을 세우자. 3) 프로젝트가 아니라 프로그램과 자원을 생각하자. 4) 환자, 의료전문인력, 다른 분야의 전문인력이 자발적으로 함께 모여 문제를 해결하는 포괄적 구조를 만들자[11]. 이러한 해결책의 특성을 모두 가진 접근법이 바로 서비스디자인이기에 보건의료분야에서 질 향상 활동을 포함해 다양한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혁신, 개선 활동에 서비스디자인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2. 왜 서비스디자인인가

1) 서비스디자인의 개념과 특성

서비스디자인에 대한 일반적인 정의는 아직 없다. 연구자나 기관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하고 있으며 그 정의는 계속 발전 중이다. 독일에서 시작한 세계적인 서비스디자인 전문 비영리 단체인 Service Design Network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를 디자인하는 활동이다.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 양쪽 모두를 위한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서비스 라이프 사이클 전체에 걸쳐 총체적이고 협동적인 접근법을 사용한다[12].”
초심자의 이해를 돕는 간단한 정의는 될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디자인’에 대한 개념의 연장선에서 서비스디자인을 이해하기에는 설명이 부족하다. Stickdorn 과 Schneider[4]는 그들의 저서 ‘This is Service Design Thinking(번역서: 서비스디자인 교과서)’에서 좀 더 포괄적이고 서비스디자인의 본질에 가까운 설명을 하고 있다.
“서비스디자인은 여러 분야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방법과 도구를 결합한 학제적 접근법이다. 따라서 서비스디자인은 새로운 독립적 ‘지식분야’라기보다는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이들이 말하는 사고방식은 디자인씽킹으로 치환된다. 디자인씽킹은 ‘디자이너가 생각하는 방법’[13]으로 이용자 경험을 기반으로 시각화를 통해 단계별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추상적인 생각을 구체적이고 쓸모 있는 실체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디자인씽킹은 제품디자인을 기반으로 생겨난 개념으로 ‘디자인된 결과’를 중시하던 관점에서 ‘디자인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Stickdorn과 Schneider의 정의를 바탕으로 서비스디자인의 개념을 다시 정리하면 ‘서비스디자인은 서비스 분야에 디자인씽킹을 적용한 다학제적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서비스는 제품과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제품은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건’으로 시간과 공간 모두에 존재할 수 있다. 반면에 서비스는 ‘행위나 절차’로만 이루어져 오직 시간에만 존재한다. 또한 제품은 소유할 수 있지만 서비스는 소유할 수 없고 오로지 경험하고 창조하고 참여할 수 있을 뿐이다[14]. 이렇듯 제품과 다른 기본적인 차이점은 서비스 개발의 출발점이 달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서비스디자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이전부터 경영학, 공학, 사회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서비스 개발을 목표로 다양한 방법적 시도를 해왔다. 그 연장선에서 서비스 개발에 디자인 방법 즉, 디자인씽킹의 결합이 시도되었다.
디자인 방법이 이전의 서비스 개발 방법과 다른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인간 중심적이고 참여적인 방법론이라는 점이다[15]. 산업혁명 이후 제품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생겨난 분야인 산업디자인(제품디자인)에서는 태생적으로 물건을 사게 될 사람(customer)과 쓰게 될 사람(user)의 니즈에 대한 고려가 필수적이었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해도 그들에게 선택 받지 못하면 그 제품은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디자인 프로젝트에서는 사람에 대한 연구가 출발점이 된다. 그들의 경험을 조사함으로써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알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개발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러한 인간 중심적 접근법은 서비스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서비스는 제품과 달리 생산과 동시에 소비되기 때문에 서비스 이용자뿐 아니라 서비스 제공자의 니즈도 매우 중요하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이용자인 환자와 보호자의 경험을 중심으로 판단하되, 의사나 간호사 등 관련 제공자의 경험을 함께 조사하여 서비스 개발˙ 개선의 방향을 잡는다.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잠재 고객과 사용자는 제품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그들의 경험과 지식을 기반으로 아이디어를 내거나 평가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제품 개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16]. 코디자인(co-design)과 같은 참여적인 방법을 통해 기술자나 경영자의 시각뿐 아니라 최종 소비자의 니즈가 긴밀하게 반영된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17]. 서비스 개발에서 이해관계자의 참여는 더욱 중요하다. 서비스는 경험재이기 때문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에 이루어지는 서비스라 할지라도 이용자와 제공자에 따라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심하다. 예를 들어 중환자실을 24시간 환히 비추는 천장조명은 간호사의 환자 관찰에는 매우 유용하지만, 하루 종일 그 불빛 아래 천장을 보고 누워있는 환자에게는 수면을 방해하고 회복을 늦추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병원에는 이와 같이 제공자 위주의 서비스 요소가 산재해 있지만 제공자 시각만으로는 제대로 된 문제 발견이나 해결책 도출이 어렵다. 참여적인 디자인 방법을 통해 환자와 보호자가 제공자와 함께 해결책을 고민하고 평가함으로써 다양한 시각의 의견이 수렴·융합되어 균형 잡힌 결과물이 도출된다.
서비스디자인의 또 다른 특징은 매 단계마다 시각적인 결과물(evidencing)을 내며 발전시킨다는 점이다[4]. 제품 개발에서 디자이너는 물건을 쓰게 될 사람의 니즈를 우선 파악하고 나면 이를 스케치와 2차원 렌더링을 통해 시각화 한다. 디자이너는 반복된 스케치를 통해 초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축소 모형 제작을 통해 만져지는 형체로 구체화하여 실물을 확인하며 수정을 반복한다. 이 과정을 통해 검증된 아이디어는 컴퓨터 상에서 3차원 모형으로 만들어지고 다시 1:1 크기 모형으로 제작된다. 아이디어의 발전과 검증 과정은 양산 전까지 반복된다. 이와 같이 제품 개발의 거의 모든 단계에서 시각화는 아이디어 발전의 매개체가 된다. 서비스디자인에도 시각화 과정은 그대로 적용된다. 서비스는 눈에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기 때문에 매 단계마다 시각화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유용한 방법이다. 서비스 개발 단계에 사진이나 그림, 비디오, 만들기, 연기하기 등 다양한 시각화 방법을 적용함으로써 복잡한 개념을 단순 명료하게 만든다. 눈으로 보이는 단계별 결과물은 여러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독려하고 다양한 사람이 의견을 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의료서비스의 경우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경우가 많아 문제 해결이 더 어렵다. 이때 매단계마다 도출되는 시각적인 결과물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만드는 다학제적 협업의 기본이 된다.
서비스디자인의 마지막 특징은 전체를 총체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다[4]. 제품 개발에서 고려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는 이용자이다. 대부분의 경우 제품이 기능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제품과 그 제품의 사용자 사이의 상호작용이 개발 시 중요한 변수가 된다. 서비스 개발의 경우는 훨씬 복잡하다. 서비스와 서비스 이용자의 상호작용을 고려한다는 것은 서비스가 이용자에게 제공되기까지 관련된 모든 요소가 이용자 중심으로 고려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환자와 직원의 접점(front stage)에서의 상호작용은 물론, 환자에게 보이지 않는 영역(back stage)에서의 지원 행위, 그리고 그 행위가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병원 내·외부 시스템의 영역까지 모두가 한 가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인 것이다. 이러한 총체적인 고려가 있어야 서비스의 최종 소비자인 환자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서비스디자인에서는 이용자인 환자와 보호자의 니즈뿐 아니라 의사, 간호사와 같은 접점 직원과 후방 지원인력의 니즈와 업무 프로세스, 병원의 정보시스템과 제도와 보건의료정책에 이르기까지 관련된 사안을 총체적으로 고려한다.

2) QI에서 서비스디자인의 필요성

의료서비스의 질과 환자안전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요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강해지고 있다. 동시에 법과 제도적 요건 강화도 이루어지고 있다. 한편, 경영 측면에서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 4차 산업혁명과 스마트 헬스케어의 변화 추세에 적응하기 위해서 병원은 계속해서 프로세스와 시스템을 개선하고, 혁신을 추구해야 하는 상황이다[18].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기대, 환경 변화 추세에 발 맞추어 질 향상 활동은 이제 병원 내부의 일상적인 업무로 자리잡았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병원에서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전담 인력을 지정하여 질 향상 활동을 주도하거나 지원하고, 병원 내부 곳곳에서 질 향상 활동이 실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외부 평가나 인증에 대한 대비가 전담 부서와 인력 업무의 주를 이루고 있으며.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질 향상 활동 수행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프로세스와 시스템 개선, 혁신 시도와 질 향상 활동은 완전히 별개의 활동으로 수행되며 양자 사이의 접점이나 통합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의 질 향상 활동이 뚜렷한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도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의료 질 향상 활동이 한계를 보이고 비판적 평가를 받게 된 데는 여러가지 원인을 생각해 볼 수 있다[19].
첫째, 대부분의 질 향상 활동이 특정 부서나 세부 기능 단위에 국한된 질 향상 활동이며. 병원 전체 차원이나 다부서, 다부문의 참여와 통합적인 접근은 찾아보기 어렵다. 둘째, 단기간, 일회성의 이벤트 또는 프로젝트 성격의 활동이 많으며, 중장기 계획과 전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셋째, 형식적인 활동, 내외부에 보여주기 식의 활동이라 문제의 규명과 해결(개선)이라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넷째, 체계적인 성과 평가와 피드백이 부족하고, 관련 정보와 지식의 공유와 확산이 미흡하다. 다섯째, 주로 진료 부문 중심의 질 향상 활동이 시행되며 지원 부문, 경영 부문과의 연계, 통합적 접근이 미흡하다. 여섯째, 환자가 소외되고 전적으로 제공자 중심의 접근이다. 따라서 환자 중심성 실행의 한계를 보여준다. 일곱째, 해결해야 할 문제의 대부분이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특정 부서 중심의 활동이라는 한계 때문에 표면적인 원인의 해결에 집중한다. 여덟째, 문제 파악과 성과 측정, 해결 도구와 방법이 대부분 정량적 분석 방법이라 계량화 하기 어려운 부분, 표준화하기 어려운 부분 등을 고려하지 못한다. 아홉째, 특정 직종 중심의 활동, 접근이 많으며 여러 직종이 함께 참여하고 협업하는 활동은 많지 않다. 이는 직종 중심의 분절적인 병원 조직문화가 배경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열째, 방법이나 도구의 개발과 활용 등 미시적인 차원에 관심이 집중되고, 전략, 정책, 조직 혁신 등 거시적 차원의 접근에는 관심이 적다.
이러한 한계 상황에서 기존 질 향상 활동의 비판적 검토와, 새로운 방법 도입 모색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이에 새로운 방법,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서비스 디자인이다. 서비스디자인은 근본적으로 정성적 접근, 다학제적 접근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용자(환자) 중심의 접근이며 통합을 지향한다. 따라서 기존 질 향상 활동의 한계나 제한을 완화, 보완하는데 적합하다. 나아가 방법론적 보완이나 연계를 넘어 기존 질 향상 활동, 경영 혁신과의 통합, 융합을 통해 새로운 조직 개선과 혁신 접근법의 창출 가능성도 보여준다.

3. 의료 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 어디까지 왔는가

1) 해외 동향

보건의료 분야의 서비스디자인은 특히 북미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의 Mayo Clinic은 2004년 See-Plan-Act-Refine-Communicate (SPARC)라는 내부혁신 조직을 설립하였고, 2008년부터는 Center For Innovation (CFI)으로 이름을 바꾸어 운영하고 있다. 의사, 간호사와 같은 의료인은 물론이고 서비스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 정보기술전문가 등 다양한 직종으로 이루어진 50여 명의 전담직원이 혁신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은 원내에서 환자경험과 관련한 이슈를 발굴하고 이를 서비스디자인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미국 최대의 통합 관리 의료 컨소시엄인 Kaiser Permanente는 2003년 서비스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IDEO에 의뢰하여 병동 간호사 교대 시 시간 단축과 정확한 환자정보 전달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후 IDEO에 18개월 간 직원을 파견하여 디자인 디엔에이를 전수받고 내부 혁신 담당 팀 ‘Design Consultancy’를 구성하여 산하 병원에 서비스디자인의 방법과 사고방식을 전파하고 있다. 또한 2005년부터 설립자의 이름을 딴 The Garfield Innovation Center는 원내에 적용할 새로운 서비스나 아이디어를 실험하고 실제 적용하기 전에 검증해 볼 수 있도록 창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보건의료 교육에서도 서비스디자인 적용이 활발하다. Thomas Jefferson University Sidney Kimmel Medical College는 2016년부터 Health Design Lab이라는 창의공간을 운영하고 있다. 의대 교수 두 명이 주축이 되어 설립한 이 기관은 의대생들이 디자인씽킹을 통해 직접 의료기기 모형을 구현하거나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창의력을 북돋는 공간과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 Dell Medical School은 2016년 개교했다. 이 학교는 기획 단계에서 의대 내부에 디자인 기관인 The Design Institute for Health를 먼저 설립했다. IDEO의 헬스케어 부문 담당자들을 리더로 영입하여 의과대학 설립과 운영 모델 개발을 주도하도록 했다. 디자인씽킹을 적용하여 학제 및 커리큘럼 개발, 교수법, 그에 맞는 강의실 형태 등에 이르기까지 교육 전반에 걸쳐 미래에 대비한 혁신적인 의학교육의 모델을 구현하고 있다.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는 2019년 The Design Laboratory (D-Lab)를 설립했다. 학내 5개 단과대학의 대학원생에게 디자인 교육과정과 교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디자인 방법을 적용하여 웰빙과 관련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학내·외 기관과 협업하여 진행하고 있다.
University of Pennsylvania School of Nursing에서는 Design Thinking for Health라는 온라인 기반의 디자인씽킹 교육 웹사이트를 공개하고 하고 있다[20]. 여기에서는 IDEO와 또 다른 디자인 회사인 FROG에서 제공하는 디자인씽킹 도구, 유투브 영상 등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는 자료를 정리하여 무료로 체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의료서비스의 제공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공공영역으로 확립이 된 영국은 국가 주도로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고 있다. National Health Service (NHS)는 2003년부터 10년에 걸친 의료서비스 개혁을 단행했고, 그 수단으로 디자인 방법을 채택했다. 개혁을 위해 영국 NHS에서는 Experience Based Co-Design (EBCD) 방법론을 개발했는데, 이는 수요자 참여를 기본으로 하는 의료 질 개선 방식이다. EBCD는 2004년-2005년 사이 한 급성기병원의 두경부암 서비스 개선을 위해 파일럿 프로젝트로 처음 시행되었으며, 2005년에 Experience Based Design (EBD) 도구 세트가 개발되어 공개되었다[21]. 그후 2007년 The King’s Fund 사업으로 수요자 참여를 강조하는 코디자인 개념을 부각한 EBCD로 진화하였고, NHS 산하 병원으로 확산시켜 지역과 기관 상황에 맞는 서비스 개선을 이루도록 유도했다. 2005-2013년 사이 59개의 EBCD 프로젝트가 수행되었으며, 2013년부터는 독립 자선단체인 The Point of Care Foundation에서 도구 세트 배포와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22].
EBCD가 시작된 이후 이를 기반으로 NHS 트러스트 별 QI 방법 또한 진화하고 있다. Quality, Service Improvement and Redesign (QSIR)은 영국 NHS의 역량향상팀(Improvement Capability Building and Delivery Team)에서 교육과 확산을 담당하고 있는 의료 질 향상 프로그램이다[23]. NHS Improvement의 의료 질 관련 전문 교육팀인 The Act Academy에서 2016-2018년에 개발했다. 기존 QI도구와 방법을 유지하고 있는 부분도 있으나 기존의 측정을 위주로 한 QI 방법에서 벗어나 문제 해결을 지향하며, 이를 위한 상세한 도구와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 QSIR의 학습은 5일 워크숍 과정으로 진행되며 참여자는 4-6개월 간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방법을 체득한다. 참여자는 QSIR College 프로그램을 통해 원내에서 환자 중심의 효율적인 서비스를 계획하고 제공하면서 동료를 훈련할 수 있는 트레이너로 양성된다[24]. TURAS는 NHS 스코틀랜드에서 운영하는 통합교육 플랫폼으로 QI 중심의 다양한 보건의료 교육을 제공한다. 서비스 디자인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QI방법을 제시하고 있으며 플랫폼 내 eLearning 파트에서 QI와 관련된 도구와 방법을 학습할 수 있다.
EBCD는 영국뿐 아니라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네덜란드, 스웨덴 등에서도 도구와 방법론으로 활용되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보건부는 산하에 ‘Agency for Clinical Innovation’을 운영 중이다.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한 코디자인 도구 세트를 배포하고 온·오프라인 교육을 정기적으로 제공한다. 다양한 프로젝트 주제와 결과에 대한 간단한 요약본을 증상이나 이슈별로 분류하여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또한 시상제도를 통해 주민과 직원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2) 국내 동향

국내 의료계에서 서비스디자인은 2011년 대한병원협회에서 주최한 Korea Healthcare Congress라는 행사를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 행사에서는 미국 Mayo Clinic 등 의료서비스에 디자인씽킹을 접목한 해외 혁신 사례 소개와 함께 서비스디자인이 의료 분야에서 가지는 산업적 의미를 짚어보았다. 이 행사는 서비스디자인 또는 디자인씽킹이 국내 병원 서비스 혁신의 키워드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여러 의료기관에서 내부 혁신센터를 설립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2011년 명지병원, 2013년 서울아산병원을 시작으로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26], 삼성서울병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27] 등 여러 대학병원이 내부에 전담 혁신 조직을 구성하고 서비스디자인을 주요 방법으로 채택하였다. 공공병원으로는 2016년 서울의료원[28] 내에 처음 전담 조직이 생겼으며 2021년 충남대학교병원이 국립대학병원으로는 처음으로 서비스디자인 조직을 신설했다.
서비스디자인이 좀 더 많은 병원의 접점 관리자로부터 주목을 끈 계기는 2017년부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실시한 ‘환자경험평가’라고 할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 및 5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 대상으로 진행했던 평가는 2021년 3차 평가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으로까지 대상이 확대되었다. 환자경험평가 방법 자체는 서비스디자인 방법과 상이하다. 그러나 이 평가를 계기로 일부 병원에서만 혁신과 함께 언급해 왔던 환자경험이 대다수 병원에 각인되는 효과가 있었다. 이는 수요자 경험을 강조해 왔던 서비스디자인 방법에 대한 병원계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다.
일부 병원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을 접점 인력 중심의 장기적인 병원 조직 혁신 방법으로 채택하기도 했다. 혜원의료재단(부천세종병원, 인천세종병원,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의 경우 2022년 실무팀 단위에서 서비스를 개선하고 장기적으로는 조직 혁신을 도모하기 위한 서비스 디자인 매뉴얼 개발을 마쳤다. 2023년부터는 5년 계획으로 3개 병원 전체를 대상으로 서비스디자인의 확산에 들어갔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정책 개발에 서비스디자인이 적용되기도 했다. 응급의료정책은 5년마다 수립되는데, 3차 응급의료기본계획(2018-2022)은 보건의료정책으로는 처음으로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여 환자경험에 기반한 정책 대안을 제시했다. 그 결과 제공자 위주로 운영되던 응급의료 정책이 ‘국민중심'으로 방향이 전환되는 계기가 되었다[29].
보건의료 교육과정에서도 서비스디자인의 적용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13년 가톨릭대학교 의료경영대학원은 국내에서 최초로 ‘의료서비스디자인’을 정규 교과목으로 개설했다. 2017년에는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이 ‘지역 사회보건 서비스디자인 및 실습’을 개설하고, 이후 필수 대체 과목으로 지정하였다. 같은 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교과과정 개편과 함께 ‘의료서비스디자인’을 본과 2학년 선택 교과목으로 채택하였다. 전남대학교 간호대학의 경우는 서비스디자인을 교수법으로 채택하여 기존 교과목에 접목한 새로운 커리큘럼을 2019년 입학생부터 적용하고 있다. 그 외에도 일부 민간 컨설팅 회사 등에서 보건의료인 대상의 서비스디자인 교육과정을 개설하였다.

3) 의료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의 가능성과 한계

국내·외 현황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서비스디자인은 병원 서비스 개선뿐 아니라 조직, 정책, 교육 등 보건의료분야에서 다양한 형태로 적용되고 있으며 관련 연구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서비스디자인이 보건의료에 유용한 방법임을 입증한다 하겠다. 의료 분야에서 서비스디자인의 적용은 크게 환자 참여를 통한 의료 질 향상, 조직 변화의 동기 부여, 학습자 주도의 교수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유용성을 찾을 수 있다.
앞서 해외 동향에서 언급한 영국을 비롯한 EBCD를 적용하는 국가에서는 환자와 가족의 참여를 통한 환자경험 기반의 서비스 질 향상을 특히 강조한다. 그 동안 의료서비스 개선에서 소외되어 있던 환자와 가족의 디자인 과정 참여는 서비스 제공자들이 문제의 원인을 수요자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도록 만드는 자극제가 되며 해결책에 대한 영감을 준다. 또한 그들과의 협업을 통해 현실에 더 밀착한 해결책을 고안해낼 수 있다. 그러나 환자와 가족을 단순히 불러 모아 놓는다고 해서 자유롭게 의견을 낼 수는 없다. 그들은 스스로 제공자에 비해 전문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서비스 개선을 위해 의료서비스 전문가와 한 자리에서 논의하는 것을 꺼려한다. 서비스디자인의 핵심적인 방법이자 개념인 코디자인 과정에서는 환자와 가족을 ‘자신의 경험 전문가’로 역할을 부여하고, 의료 분야 전문가인 제공자와 동등한 입장에서 논의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도록 시각화 장치를 제공해서 생각을 명확히 공유함으로써 참여를 독려한다[30]. 이 과정을 통해 환자경험은 의료 전문가의 지식과 융합되어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어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한다. 국내에서도 코디자인을 통한 보건의료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사례가 있다. 가톨릭대학교 부천성모병원 뇌졸중센터에서는 코디자인 워크숍을 통해 직원은 물론 환자, 보호자가 기획 과정에 참여하여 환자 관점에서의 서비스 개선안을 도출하였다[31].
디자인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서비스 개발뿐 아니라 변화의 잠재력에 대한 임직원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도 포함한다[32]. 미국 Kaiser Permanente의 McCarthy는 6년 이상 혁신 담당 팀을 책임지면서 그들의 역할이 방법을 제도화하고 기관 전체에 퍼뜨리는 것을 넘어서 직원들이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열망을 갖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33].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말해도 비난 받지 않는 분위기에서 환자 관점의 경험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팀 기반의 협업을 통해 공동의 과제를 해결해 나간다. 이 과정을 통해서 제공자는 본인의 업무 외에 다른 사람의 업무에 대한 이해가 높아져 업무 협력이 더욱 원활해지게 된다. 환자 경험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인식함으로써 병원 전체의 미션 수행에 있어서 합치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은 환자와 가족을 포함해서 직종에 관계없이 ‘한 팀’이라는 일종의 공동체 의식이 생기게 된다. 이는 문제 해결을 위한 자발성으로 이어지게 하며 예상하지 못했던 융합적인 결론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동시에 이러한 태도 변화가 병원 전체에 확산되면 조직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미국의 보건의료 관련 학교 사례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서비스디자인은 효과적인 교수법을 제공하기도 한다.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 나가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의학, 간호학, 보건학 분야의 교육에 적용되어 지식 전달 위주의 강의를 팀 프로젝트 수업으로 바꾸는 결과를 낳았다. 학습자가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찾아내고 연결하여 융합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를 끌어내는 학습자 주도의 교육이 가능해진다. QI 교육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여 병원에 팀 기반의 창의적 문제 해결 방식을 확산할 수 있다.
의료에 서비스디자인을 적용하는데 있어서 한계도 존재한다. 많은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서비스디자인 적용에 관한 국내 연구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Rhi는 국내 서비스 디자인 관련 등재 논문의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질적인 면에 있어서는 아직 미흡하다고 지적한다[34]. 과정과 실행의 방식이 충실하지 못하고, 기존의 디자인 프로젝트를 이름만 서비스디자인으로 바꾼 경향이 있다고 보았다[34]. 보건의료 분야의 서비스디자인을 다룬 다수의 논문도 이와 같은 양상을 보이며 방법을 표면 복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의료서비스의 개선과는 동떨어진 결과를 양산하여 의료 질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 특히 서비스디자인의 결과에 대한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결과에 대한 효과성을 증명해야 단기의 일회성 활동이 아닌 지속적이고 연속적인 활동으로 정착하는 동기가 제공될 것이다.
병원 내에 서비스디자인 조직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국내 상황에 맞는 접근이 필요하다. 미국 Mayo Clinic에서 영향을 받은 국내 병원들의 원내 전담 조직 신설은 그 자체로 병원이 미래지향적이고 혁신적인 시도를 통해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고 있다는 대외 홍보 효과가 컸다. 그러나 그 중 다수의 병원이 실질적인 의료 질 개선을 이루지 못하고 조직이 사라지는 결과를 맞았다. 대개 이런 경우 어떤 이유로 인한 결과인지는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는다.
국내 병원과의 환경 차이에서 그 원인을 유추해 볼 수 있다. Mayo Clinic 혁신센터의 경우 의사직 2명이 주도하여 초기 몇 년간 서비스디자인 컨설팅 회사의 도움을 받아 핵심인력을 선발하고 전담조직을 구성하였다. 조직 규모 면에서도 전체 직원 수 6만 3000여명, 혁신 전담인력만 50여명에 이르러 국내 병원과 차이가 크다. 대부분의 국내 병원 혁신센터의 서비스디자인 조직은 1-2명 또는 5인 이하의 소수 인원으로 운영되며 의사직 전담인력은 없다. 또한 Mayo Clinic의 경우 개원 시부터 이어져 오던 협업의 분위기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이는 서비스디자인의 정착이 쉬운 문화적 토양이라 할 수 있다. 국내 대부분 병원의 조직문화는 이와 달라 서비스디자인이 정착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의료에 서비스디자인 적용과 확산을 위해서는 국내 병원 조직 특성에 맞는 적용 방안이 필요하다.

4. 어디로 가야 하는가

1) 서비스 개선 관련 내부 조직의 통합

사례 고찰을 통해 의료에 서비스디자인의 적용은 환자 참여를 통한 의료 질 향상, 조직 변화의 동기 부여, 학습자 주도의 교수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유용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의료 환경을 감안하지 않은 외국 사례의 적용은 실패를 불러올 수 있음 또한 유추할 수 있었다. 향후 국내 병원에 서비스디자인을 본격적으로 적용하기 위해서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서비스 개선 관련 내부 조직의 통합이다. 국내 의료계에서는 서비스디자인을 QI와는 별개의 혁신 방법으로 간주해 기관별 차별화 요소로 홍보하고, 내부에 별도 조직으로 만들어 적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기존 QI 활동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별도의 서비스디자인 프로젝트가 다른 부서의 주도 하에 이루어지는 식이다. 환자경험평가가 시작된 후로는 환자경험 관련 프로젝트가 또 별도로 얹어졌다. 이와 같이 QI, 환자경험, 서비스혁신이 각각의 주무 부서에 의해 별도 사안으로 다루어지면서 서비스 개선 관련 업무는 늘어나고, 일선 직원의 참여는 더욱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그런 만큼 실질적인 서비스 질 개선에서는 더 멀어졌다. 또한 대부분의 병원 QI 조직은 부서별 개별 사안을 다루지만 부서간 또는 병원 전체를 관통하는 문제나 병원 혁신을 위한 일은 거의 다루지 않는다는 한계가 있다.
병원은 움직이는 유기체로 병원 서비스는 여러 부서가 연관되어 움직인다. 단일 원인이나 해결책으로 끝나는 사안은 거의 없다. 질 향상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QI 활동과 환자경험, 서비스 혁신을 개별 사안이 아니라 환자경험 향상을 핵심 목표로 한 하나의 일로 간주해야 한다. 환자경험 향상은 서비스 질 향상의 핵심으로 QI 부문이 주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환자경험, 서비스 혁신 및 개선 관련 업무와 조직을 하나로 통합하고, 부서 단위 문제뿐 아니라 병원 전체의 문제를 다룰 수 있도록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경영진이 병원 전체의 방향과 비전을 설정하되, QI 조직은 이를 서비스 혁신으로 잇는 실질적인 손발 역할을 맡음으로써 top-down 방식과 bottom-up 방식이 유기적으로 맞물리는 순환구조를 만들어 질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은 환자경험 향상을 위한 방법으로 이러한 조직 통합의 매개체로 적용할 수 있다. 이 때 환자경험 평가가 진정한 의미의 환자경험 향상과 결과보다 과정 개선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면 내부 조직 통합의 촉진제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조직의 통합을 통해 QI가 부서별 개별 사안의 개선에만 머물지 않고 병원 서비스 전체 문제를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개선할 수 있다.

2) 방법의 융합

서비스디자인 적용을 위한 두 번째 과제는 방법의 융합이다. QI에서 쓰고 있는 방법은 정량적 분석이 대부분이다. 활동 전·후의 상태를 수치로 비교하고 얼마나 개선이 되었는지 측정하는 것이다. 질 측정을 위한 환자나 가족 대상의 만족도 조사는 그들이 겪고 있는 ‘행복한 노예 증후군’ 때문에 진실을 알아낼 수 없다[21]. 또한 왜 어떤 맥락에서 응답인지 알 수 없어 해결책의 도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물론 일부 사안의 경우는 이러한 정량적 측정이 의미가 있다. 그러나 병원 서비스의 많은 부분이 수치로 측정 가능한 문제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법적 한계 때문에 환자 접점에서 문제를 체감하고 있어도 측정이 불가능하면 아예 QI 활동 주제에서 배제되어 개선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거나 별도 활동으로 진행된다. 또한 정량적 측정에 치중하다 보니 문제 사안에 대한 실질적 개선방안의 개발 과정은 없이 해결된 결과가 담당자의 즉흥적인 아이디어 수준에서 그치게 된다.
QI가 병원 서비스 혁신의 선봉장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QI 방법의 한계를 보완해야 한다. 성과의 측정을 위한 정량적 방법과 함께 문제 해결을 위한 정성적 방법을 융합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지향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은 기존 QI 방법에 문제 해결을 위한 정성적 방법을 보완한다. 특히 환자와 가족을 서비스 개선 과정에 참여하게 하여 직접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도구와 방법은 병원 서비스 혁신에 매우 유용하다. 이러한 방법의 융합을 통해 환자와 가족이 참여하여 서비스 경험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와 관련된 다양한 직종의 제공자가 이용자와 함께 개선방안을 도출할 수 있어 실질적인 환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이룰 수 있다.
문제는 개별 병원 차원에서 QI 방법과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융합하는 연구를 하고,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국내에서도 일부 병원이 이러한 융합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나 매우 예외적인 사례로 모든 병원이 그대로 따라 할 여건을 갖추고 있지는 못하다. 따라서 이러한 방법적 융합을 위해서는 영국, 스코틀랜드, 호주 사례와 같이 국가, 지역, 또는 학술단체 등 병원 외부 조직이 매뉴얼을 개발·공유하고, 교육·훈련을 지원하는 체제가 필요하다. 병원 내 QI 부서와 전담인력이 서비스디자인 방법과 융합된 새로운 방법을 먼저 교육받고, 그 인력이 주도하여 원내에 확산할 수 있어야 한다.

3) 성과의 객관적 측정과 평가

서비스디자인 적용을 위한 마지막 과제는 QI의 성과에 대한 객관적 측정이다. L. Locock은 최고경영자와 중간관리자의 헌신은 QI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이며 의료진의 저항은 변화에 있어 주요한 장애임을 지적한다[35]. 변화에 대한 저항에 부딪혔을 때 그들과 협상하며 변화를 서서히 꾀함으로써 QI가 작은 규모로 진행되어 결국 기관 차원의 영향은 없이 부분적인 성공으로만 끝나게 된다고 보았다. 다시 말해 최고경영자가 변화에 저항하는 의료진을 설득하고 중간관리자가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QI에 대한 노력을 장기적,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서비스 혁신에 성공할 수 있다.
그러나 최고경영자가 QI 활동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점이 문제다. 대개 최고경영자가 서비스 프로세스 개선이 경영성과 개선과 직접 관계가 없다고 보기 때문에 QI 활동에 적극적인 투자를 꺼려하게 된다[36]. 한 연구에 따르면, 환자가 인지하는 의료서비스의 질과 만족도, 서비스 가치 중 의료서비스의 질이 의료기관 재이용 의사에 가장 큰 영향을 준다[37]. 이는 QI 활동을 통한 의료서비스의 질 개선이 경영 개선에도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경영자 관점에서는 QI가 서비스 질 개선과 그에 대한 평가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QI 활동으로 인한 경영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 평가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노력을 할 동인이 생긴다. 현재의 QI는 그러한 성과 평가에 대한 가시적 피드백 과정이 부족하다. 이는 서비스디자인에서도 연구가 필요한 영역으로 성과 측정 방법을 여러 분야에서 받아들여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때 중장기적 영향력의 평가가 함께 이루어져야 의료 질 향상이 단기적 활동이나 과제가 아닌 장기적 지속 과제로 인식될 수 있다. 또한 QI가 다루는 문제의 주요 범위와 문제 해결 과정에서 환자 중심성을 얼마나 고려했느냐 하는 점도 성과 측정 기준에 포함되어야 한다. Bopp[38]에 따르면, 환자가 인지하는 질은 제공자의 의학적인 기술 제공 능력(technical quality) 뿐 아니라 제공된 서비스가 환자의 기대를 얼마나 충족했는지 나타내는 기능적인 질(functional quality)을 의미한다. 환자의 기대 충족 여부 평가는 환자 중심으로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책을 도출했을 때에 비로소 가능하기에 이러한 점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5.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

1) 학회 중심의 교육·훈련 센터 운영

병원의 질 향상 활동과 프로세스, 시스템 개선, 혁신 활동에 서비스디자인을 도입, 적용하기 위해서는 개별 병원과 현장 의료인력의 관심과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를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기능을 갖춘 전국적인 단위의 전문 조직(인프라)을 구축해야 한다. 이 전문 조직은 다음과 같은 기능의 수행을 통해 병원 현장에서의 서비스디자인 도입과 적용을 독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1) 활동의 지침서나 매뉴얼을 작성하고 보급해서 현장의 실무 수행을 지원해야 한다. 우수 서적 번역과 발간을 통해 기초 지식과 이론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2) 핵심 인력을 대상으로 개념, 방법, 도구 사용법 등을 교육하고 실무 적용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3) 활동이나 경험의 공유를 위한 플랫폼을 조성하고 이용을 촉진해야 한다. 플랫폼의 이용을 통해 정보와 지식의 공유와 활용도를 높이도록 한다. 정형 데이터는 물론이고 동영상, 오디오 파일, 사진 등의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들 자료를 정리, 분석해서 새로운 지식과 근거 창출 등으로 서비스 디자인과 질 향상 활동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시키고 관련 학문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도록 한다.
(4) 병원 현장에서 서비스디자인을 도입, 적용하는데 전문가의 조언이나 자문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이나 프로젝트 도입 시점이나 시행 초기에 특히 그 필요성이 크다. 전문인력의 풀을 조성하고 개별 병원의 필요와 수요에 맞추어 전문인력의 자문, 지원을 제공하도록 한다.
(5) 의료 질 평가와 관리에 정성적인 접근과 방법을 포함하도록 관련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정책 대안의 기초 자료를 작성, 제공하도록 한다. 이를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의료기관 평가인증원 등 관련 기관과의 협력 사업과 공동연구를 수행한다.
이런 기능을 수행하는 전문 조직(인프라)을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관(조직)으로는 기존 기능, 인적자원, 전문성 등을 감안해 보면 우선 한국의료질향상학회를 적임자로 고려해볼 수 있다. 학회 산하에 가칭 ‘질 향상 서비스디자인 센터’를 설립하여 위에서 언급한 주요 기능을 수행하게 한다. 센터의 설립과 운영을 위해서는 핵심 인력의 주도, 각계 전문가의 참여, 스폰서십을 포함한 재원 확보,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등이 필요하다. 학회가 동 센터를 설립하고 운영한다면 학회의 영역 확장, 의료 서비스디자인의 구심체 역할 수행, 관련 전문인력의 결집과 풀 조성, 병원의 질 향상 활동을 실질적으로 선도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전문 조직으로서의 위상 정립 등의 여러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2) 병원 최고경영자의 태도 변화와 적극적 참여 유발

개선과 혁신의 방법은 대개 top-down 방식으로 적용될 때 효과적이다. 최고경영자 또는 경영진의 방향 설정과 시행 의지 및 지원에 기반하여 전사적으로 접근할 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이 가능하다. 자발적이고 자율적인 bottom-up 방식의 접근도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에 한계가 있다. 1990년대에 우리나라 병원들에 QA 도입과 확산이 단기간에 이루어지고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도 병원 경영진의 관심과 시행 의지에 힘입은 바 크다. 이와 달리 최근에는 외부 평가와 인증에만 초점을 맞추고, 병원 내부의 전사적이고 체계적인 질 향상 활동의 지속적 실행에 대한 경영진의 관심과 추진 의지가 줄면서 질 향상 활동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서비스디자인의 도입과 적용도 당연히 경영자의 방향 설정과 수행의지에 기반한 top-down 방식의 전사적인 접근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병원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디자인 교육·훈련 기회가 많아져야 하며, 서비스디자인 도입과 실행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전문적인 자문, 지원도 늘어나야 할 것이다. 이는 앞에서 언급한 ‘질 향상 서비스디자인 센터’가 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할 기능이다.

Ⅲ. 결론

미국과 유럽의 보건의료 분야에 서비스디자인 적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 의료분야의 서비스디자인 적용은 환자참여를 통한 의료 질 향상, 조직 변화의 동기 부여, 학습자 주도의 교수법이라는 세 가지 유용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서비스디자인은 국내 연구 수준이 아직 시작 단계이며 특히 방법론 면에서 결과 평가 방법이 미흡하여 여전히 연구과제로 남아있다. 국내 병원의 서비스디자인 관련 조직을 만들 때에도 외국 사례를 외형만 벤치마킹 할 것이 아니라 국내 병원의 조직 규모와 조직문화를 고려하여 국내 특성에 맞는 적용 방안이 필요하다.
가능성과 한계를 바탕으로 병원에 서비스디자인의 효과적인 적용을 위해 세 가지 과제를 제안한다. 첫째, 서비스 개선 관련 내부 조직의 통합이다. 현재 개별 부서에서 담당하고 있는 QI, 환자경험, 서비스 혁신 업무를 환자경험 향상을 핵심 목표로 한 하나의 일로 간주하고, 경영진과의 원활한 업무 연계가 이루어지도록 조직을 통합한다. 둘째, 방법의 융합이다. 정량적 분석 방법에 치중한 기존 QI 방법에 정성적인 문제 해결과 환자와 가족을 서비스 개선 과정에 참여시키는 서비스디자인 방법을 융합함으로써 QI가 실질적인 환자 중심의 서비스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 마지막으로 QI 성과의 객관적 측정과 평가이다. 최고경영자가 지속적으로 QI 활동이 이루어지도록 환경과 여건을 조성할 동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개선의 평가와 함께 그에 따른 경영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중장기적 영향력 평가와 환자 중심성 평가를 함께 시행하여 의료 질 향상이 단기과제가 아니라 장기적 지속과제로 이루어지도록 한다. 제시한 세 가지 과제를 구체화하기 위해 학회 중심의 교육·훈련 센터 운영을 제안한다. 한국의료질향상학회가 주도하여 가칭 ‘질 향상 서비스디자인 센터’를 설립하고 서비스디자인의 도입, 적용을 지원하도록 한다. 센터에서는 서비스디자인과 융합된 QI 활동 지침과 매뉴얼을 연구 개발하여 보급하고, 각 병원 핵심 인력을 대상으로 교육·훈련을 제공해야 한다. 현장에서 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경험과 지식을 공유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조성하여 관련 연구 활성화와 학문 발전에 기여하도록 한다. 활동을 하면서 필요한 조언을 받을 수 있도록 전문인력 풀을 구성하여 자문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이에 더하여 병원 최고경영자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도록 병원 경영진 대상의 서비스디자인 교육·훈련 기회를 늘리고, 전문적인 자문과 지원을 병행 제공하도록 한다.
QI 활동은 이제 한계 상황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시도가 그러한 상황을 탈피할 수단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의료분야에 서비스디자인의 적용은 좀 더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한다. 서비스디자인은 개별 병원의 미시적 주제만을 다루는 현재 QI의 범위에서 벗어나 병원 전체의 경영혁신과 조직문화까지 변화시키는 계기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국내 의료계가 진정한 의미에서 환자경험 중심의 질 향상을 이루는 큰 전환점이 되리라 기대한다.

NOTES

Funding

None

Conflict of Interest

None

Figure 1.
Quality, Service Improvement and Redesign (QSIR) 커리큘럼[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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